“부정확한 정보제공 사과”…美 록히드마틴, 씁쓸한 사드 ‘치고 빠지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일 2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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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 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제작사이자 미국 최대의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이 지난주 워싱턴에서 벌인 ‘치고 빠지기’ 식 언론플레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마이크 트로츠키 록히드마틴 항공·미사일방어 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미 양국의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서 지금 사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니, 하루 만에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를 뒤엎었다. 제니퍼 위틀로 록히드마틴 홍보담당 부사장은 그 다음날 언론에 배포한 성명에서 “양국 정부 간 사드에 대한 논의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데 사과한다”며 발을 뺐다. 어떤 대목이 부정확한 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지난달 31일 전화로 연결된 이 회사의 셰릴 아메린 미사일방어 담당 홍보실장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왜 갑자기 회견 내용을 부인했나.
“부정확한(inaccurate) 내용을 언론에 전했다.”

―어떤 대목이 부정확한 지 알려줘야 제대로 보도할 거 아닌가.
“지금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회견 내용이 부정확했다는 것이다.”

―사드 제작사가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
“미안하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다.”

글로벌 기업이 이 같은 해프닝을 벌인 것은 실수라기보다는 모종의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사드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겠다는 게 목적이었다면 어느 정도 달성했기 때문. 그렇지만 사드 배치론을 재점화한 뒤 한미 정부가 이를 부인하자 서둘러 덮어 버렸다.

그 취지와 배경이 어찌됐든 간에 록히드마틴이 간과한 것은 이번 해프닝으로 한국 내에서 사드 배치론에 대한 건설적 토론이 설 자리는 더 줄었고, 무책임한 주장과 각종 억측만이 넘쳐나게 했다는 사실이다. 사드 배치론자인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기자에게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인들을 설득하고 지지를 얻는 다양한 사회정치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해프닝으로 사드를 팔려는 록히드마틴도 도덕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한국 내 소모적 논란과 갈등이 더 커질 듯 해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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