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무심하기엔 너무 소중한 손에 관한 모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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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 비밀/쇼 윌기스 엮음·오공훈 옮김/345쪽·1만7000원·정한책방

미국 프로야구에서 투수로 활동한 짐 애벗은 오른손이 없다. 왼손만으로도 뛰어난 활약을 펼친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 미국 야구 대표팀의 일원으로 출전했다. 1993년에는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그는 장애를 극복하고 큰 성취를 이룬 모범으로 꼽히지만 역설적으로 손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역할도 했다.

손은 일생에서 가장 활용 빈도가 높은 신체 기관이다. 손은 뼈 27개, 근육 24개, 관절 32개로 이뤄진 복잡하고 섬세한 구조를 갖고 있다. 복잡한 만큼 움직임이 다채롭다. 책에는 ‘몸에서 가장 놀라운 도구를 돌보고 수리하는 방법’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책은 손의 해부학적 구조에서 시작해 손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또 선천적으로 손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직업군별로 생기는 손의 문제도 살핀다.

먹고, 일하고, 글 쓰는 일 외에 최근에는 손이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으로 이용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1만2000명 이상이 새로 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당뇨병 환자의 증가다. 당뇨병에 뒤따르는 망막병증으로 시각을 잃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프랑스의 루이 브라유가 개발한 점자를 손으로 읽는다. 브라유는 6개의 점으로 알파벳을 고안해 점자 체계를 완성했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쓴다면 청각장애인들은 손의 움직임으로 말하는 수화를 쓴다. 수화도 나라마다 다르다. 세계에는 100개 이상의 수화가 있는데, 그중 미국 수화는 손짓 기호, 몸짓 언어 외에 얼굴 표정을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궁금한 점을 물어볼 때는 눈썹을 치켜 올리거나 눈을 크게 뜨고, 아니면 몸을 앞으로 구부린다.

책을 읽고 나면 ‘손이 없다면 삶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소중한 손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 기사를 쓰는 와중에도 기자의 손가락은 분주히 키보드 위를 옮겨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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