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진짜 사랑에 대해 묻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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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디판’-심사위원장상 ‘더 랍스터’ 잇달아 개봉

‘더 랍스터’
‘더 랍스터’
《 최근 계절 착오적(?) 스릴러물이 잇달아 개봉하고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이면 역시 사랑에 관한 영화를 보고 싶어진다. 그런 이들에게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디판’(22일 개봉·18세 이상)과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더 랍스터’(29일 개봉·18세 이상)를 추천한다. 수려한 영상미와 함께 냉혹한 상황 속에서도 과연 사랑과 연대가 가능한지를 묻는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다른 듯 닮아 있다. 》
우화 같은 ‘더 랍스터’… 솔로 탈출 못하면 45일뒤 동물로

한마디로 ‘솔로 지옥, 커플 천국’의 세상이다. 미래의 어떤 도시, 누군가와 커플로 맺어지지 않은 사람은 유예기간 45일을 거쳐 동물로 변한다. 유예기간에는 솔로 전용 호텔에 투숙해 짝을 찾아야 하는데, 규정을 어기고 숲으로 도망친 외톨이를 사냥하면 한 명당 하루씩 유예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아내에게 버림받은 데이비드(콜린 패럴)는 이미 개로 변한 형과 함께 호텔로 보내진다. 그는 거짓 사랑 고백으로 한때 커플이 되지만, 거짓이 들통 나자 숲으로 도망친다. 외톨이 무리에선 연인이 되는 것은 절대 금지. 신체 접촉도 제한된다. 외톨이 무리에서 눈이 근시인 여인(레이철 바이스)과 운명적 사랑에 빠진 데이비드는 또 한 번 탈출을 결심한다.

영화는 시종 사랑에 대해 냉정한 시선을 유지한다. 사랑은 불같이 타올랐다가도 단번에 식어버리고 사소한 공통점에 집착하지만 결국은 나 자신이 더 중요하다. 영화는 사랑의 감정을 미화하는 우리를 풍자하는 우화이면서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질문하도록 만든다.

한때 할리우드 대표 ‘섹시남’이었던 콜린 패럴은 후덕한 뱃살에 안경을 쓴 소심한 표정으로 고독과 불안, 불같은 사랑을 오가는 데이비드를 절묘하게 연기해냈다. 축축한 숲, 갈대로 덮인 구릉지대, 푸른 파도가 검은 바위에 부딪치는 해변 등 아일랜드의 풍광이 아름답지만 섬뜩하게 영화를 완성한다.

‘디판’
동화 같은 ‘디판’… 사랑과 유대 싹 틔우는 난민의 삶

스리랑카 북부 지역 반군인 타밀군의 병사였던 한 남자(제수타산 안토니타산)는 내전으로 아내와 자식을 잃고 프랑스로 망명을
계획한다. 디판이라는 남자의 신분을 산 그는 망명 조건을 맞추기 위해 난민캠프에서 처음 만난 여자 얄리니(칼리에아스와리
스리니바산)를 아내로, 소녀 일라얄(클라우디네 비나시탐비)을 딸로 위장한다.

어렵게 ‘입성’한 프랑스 땅은 생각과는 다르다. 지방 도시에서 아파트 관리인이 됐지만 이 아파트는 마약 갱단이 시도 때도 없이 총질을 하는 곳이다. 원래 사촌이 사는 영국으로 가려 했던 얄리니는 디판을 비난하고 일라얄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갱단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디판은 이곳이 스리랑카와 다름없는 전쟁터라고 느낀다.

디판 역의 안토니타산은 실제 타밀 반군 소년병 출신이고 다른 배우들도 난민 출신으로 대부분 배우 경력이 없다. 난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지만, 영화의 속살은 동화에 가깝다. 시간이 지나며 세 사람은 조금씩 진짜 가족이 된다. 이들이 밑바닥의 삶 속에서도 서로 위안하며 사랑과 유대를 싹 틔우는 모습은 가슴을 울린다. 하지만 디판이 자신의 ‘경력’을 십분 살려 모든 갈등을 일거에 해소하는 영화의 결말은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난민들의 비참한 삶을 소재로 이용했을 뿐이라는 의심을 낳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칸영화제#황금종려상#디판#더 랍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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