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하의 옌볜FC, 슈퍼리그 승격 ‘열 달의 기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20일 05시 45분


옌볜 FC 박태하 감독. 스포츠동아DB
옌볜 FC 박태하 감독. 스포츠동아DB
남은 경기 결과 상관없이 1부리그행 확정

박태하(47·사진) 감독이 이끄는 중국프로축구 갑(甲·2부)리그 옌볜FC가 2016시즌 슈퍼리그(1부) 승격을 일궜다.

옌볜은 18일 우한 줘얼과의 정규리그 2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겨 16승10무2패(승점 58)로 선두를 지키는 한편 남은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슈퍼리그행을 확정했다. 옌볜은 이로써 슈퍼리그 출범에 앞서 갑A(1부)·갑B(2부)로 나뉜 시절인 2000년 이후 16년 만에 다시 최상위 무대에 오르게 됐다.

전혀 예상 밖의 결과다. 지난해 12월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의 당초 목표는 “10위권 진입”이었다. 일단 버티는 것이 급선무였다. 뿌리 깊은 패배의식도 털어내야 했다. 지난 시즌 옌볜은 최하위로 을(乙·3부)리그 강등이 확정됐다. 그러나 승격 예정팀이 선수단 급여를 지급하지 못해 징계를 받으면서 극적으로 갑리그에 잔류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용병 수급 등 팀 구성도 제대로 못한 채 맞은 시즌이었지만 놀라운 행보를 거듭했다. 21라운드까지 무패행진(13승8무)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대부분 불행한 어린 시절을 거친 옌볜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하도록 최상의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과였다. 박 감독은 “처음 이곳에 온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제 정신이냐’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가 ‘잘했다’고 칭찬한다. 지인들의 꾸준한 관심과 격려가 지금을 만들었다”며 감격해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수원삼성에서 임대됐다가 8월 완전이적한 하태균(28)도 큰 공을 세웠다. “중국축구에 적합하다”는 이유로 박 감독이 공들여 영입한 그는 정규리그 23골(FA컵 포함 24골)로 슈퍼리그 승격의 주역이 됐다. 하태균은 “행복하다. 이제야 축구의 묘미를 알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옌볜의 질주는 끝나지 않았다.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옌볜은 24일 후난 상도와의 29라운드 홈경기에서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눈부신 성과에 옌볜 구단은 1년 계약을 한 박 감독과 재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미 몇몇 K리그 구단들로부터도 러브 콜을 받았던 박 감독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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