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꼭 갚을 사람 콕 집어내는 ‘스마트 대출’ 나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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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금융산업의 대표적 혁신전략과 과제

지난 1년여간 ‘핀테크(Fintech)’는 금융계의 최대 화두였다. 최근 ‘삼성페이’ ‘애플페이’ ‘카카오페이’ 등 ‘○○페이’로 대변되는 다양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도 속속 등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핀테크와 모바일 결제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디지털 파괴가 불러올 금융의 미래는 단순한 간편결제 수준을 뛰어넘어 우리 일상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빅데이터 분석을 금융에 접목시키면 P2P(Peer-to-Peer·개인 대 개인) 대출 등 혁신적인 금융 사업 모델을 활성화할 수 있다. 금융에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하면 효율적 자산관리를 통한 ‘스마트 계약’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특히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을 활용하면 공공기록 관리 시스템의 혁신까지도 이뤄낼 수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187호(2015년 10월 15일자)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금융 산업에서의 디지털 혁신 전략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 신용평가 기술 개발 필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성화된 핀테크는 지불·송금 분야다. 사용의 편리성과 시간 절약을 통해 지불·송금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불 수단에 수반되는 비용과 위험을 낮추는 방향으로 혁신이 지속되고 있다. 대출·투자 역시 핀테크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분야다. 주로 P2P 대출이나 크라우드펀딩 등 공유경제 시스템을 활용한 혁신이 주를 이룬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금융업에서 혁신이 활성화되려면 빅데이터 중심의 신용평가 회사인 독일 크레디테크처럼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정교한 신용평가를 해주는 기술 개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레디테크는 전통적인 신용평가 회사들이 분석을 위해 사용하던 은행거래 정보는 물론이고 페이스북, 이베이, 아마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전자상거래 거래 정보, 심지어 신청서에 작성한 글 가운데 철자 오류까지 분석해 신용을 평가해 주는 업체다. 이병태 교수는 “수많은 개인들 중 과연 내가 빌려준 돈을 제대로 상환할 사람이 누구일지를 고르는 일은 대출이나 투자 분야에서 디지털 금융 혁신이 활성화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 사물인터넷과 금융의 결합

금융 분야에선 아직까지 IoT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가 많지 않다. 하지만 잠재적 활용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IoT를 금융업에 적용하면 프로세스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특히 리스 계약 시 자산에 대한 평가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으로 차량 리스는 오직 리스 ‘기간’에 기초해 상품을 설계했다. 하지만 IoT가 실현되면 주행거리, 수송화물 무게 등 다양한 세부 변수를 토대로 상품을 설계할 수 있다. 담보물의 품질 상태를 실시간 업데이트할 수 있어 보다 정교한 리스크 및 가격 산정도 가능해진다.

이은호 올리버와이만 상무는 “IoT와 금융이 결합하면 자동으로 계약 내용을 검토하고 집행 여부를 결정하는 ‘스마트 계약’까지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IoT 장비에서 각 사물(담보자산)에 대한 데이터를 파악해 이를 실시간으로 디지털 플랫폼에 전송하면, 해당 플랫폼에선 이를 토대로 계약 조건 준수 여부를 따져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자산을 제공하거나 특정 담보 저당권을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호 상무는 “엄청난 서류 작업과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 무역금융에 스마트 계약을 도입하면 지금보다 시간은 물론이고 업무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비트코인 기반 공공기록 관리 혁신

블록체인은 전 세계 비트코인의 거래 내역을 담고 있는 일종의 자동화·분산화된 거래 장부 기술이다. 이 장부에 한번 거래 내역이 기록되면 누구나 거래 흐름을 투명하게 확인해 볼 수 있고, 그 누구도 거래 기록을 변경하거나 지울 수 없다. 거래의 청산결제도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져 거래의 정확도를 높이고 결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블록체인 기술의 쓰임새가 비단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령 공공기록 관리 시스템의 혁신을 이끌 수 있는 도구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전거 등록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김진화 코빗 이사는 “전산시스템에 등록해 관리하는 자동차와 달리 자전거는 어디에도 등록할 곳이 없어 현재 한국의 자전거 이용자들은 도난과 분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자전거를 등록하고 이력관리를 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관리 비용도 적게 들 뿐 아니라 중고 자전거를 사고팔 수 있는 시장까지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농산물 이력 추적 시스템에 적용한다면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소고기가 어디에서 왔고, 어떤 경로의 도축 및 유통 과정을 거쳐 매장으로 들어왔는지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 한국, 금융규제 완화해야

한국에서 핀테크 산업과 기술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지만 미국이나 영국 등 핀테크 선진국과 비교하면 자금과 기술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한국 금융회사들은 보안 문제, 사고에 대한 부담, 안정성 확보 등만 중시하고 있다. 또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도 제한되고 있어 핀테크 생태계가 취약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최근 정부는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핀테크 산업에 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다양한 산업 육성 정책을 발표했다. 또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금융분야의 신기술 회사 설립자본금 요건이 20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김용진 서강대 스마트핀테크연구센터장은 “여신금융협회가 자본금 400억 원 이상에 순부채 비율이 200% 이하인 회사에만 카드 정보 저장을 허용한다고 발표했고 국제 금융보안 인증을 받도록 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어 기존 금융회사 외에 창업 기업이 핀테크 분야에 도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용진 교수는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를 개선해야 하며 금융 서비스, 데이터, 제품, 네트워크 등 각각의 요소들 간 연계성을 강화한 ‘스마트서비스 플랫폼’ 구축에 집중 투자해 한국 특유의 경쟁 우위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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