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오른팔’ 잡히자 中도주한 前경찰 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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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받은 혐의 재조사 조짐에 출국… 대구경찰청 10명 특별수사팀 편성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54)에게서 거액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경찰관이 중국으로 도주했다가 붙잡혔다. 조희팔과 그 비호세력을 향한 재수사가 예고된 가운데 강태용 체포 후 처음으로 비리 연루자가 검거된 것이다.

대구지방경찰청은 2007년 8월 대구 동구에 제과점을 개업하면서 강태용 측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전직 경찰관 정모 씨(40)를 중국에서 검거했다고 14일 밝혔다. 정 씨는 2004년 5월∼2009년 7월 대구경찰청 수사2계 경사로 근무하면서 조희팔 사건을 담당했다. 정 씨는 13일 오전 9시 1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광저우(廣州)행 아시아나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륙 20분 뒤 정 씨의 출국을 확인한 경찰은 중국 공안에 협조를 요청했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붙잡힌 정 씨는 곧바로 송환됐고 13일 오후 8시 45분 인천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동안 경찰은 정 씨의 혐의를 파악하고도 강태용이 검거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다가 2012년 9월 참고인중지 의견을 달아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그러다 10일 중국에서 강태용이 검거된 직후 정 씨의 동향을 파악하던 중 중국행 비행기에 오른 사실을 확인해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정 씨가 강태용의 검거 소식을 접하고 추가 범죄 사실이 들통날까봐 급히 출국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정 씨는 2009년 옌타이(煙臺)에서 도피 중이던 조희팔 일당에게서 골프 접대와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직무유기)로 구속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구경찰청은 정 씨 검거에 따라 관련 수사 자료를 다시 검토하는 등 재수사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지능범죄수사대 10여 명을 특별수사팀으로 편성했다. 특별수사팀은 조희팔 사건과 관련해 이미 처벌을 받았거나 수배 중인 5, 6명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처벌받았거나 수감 중인 전직 경찰관의 자금 흐름도 수사 대상이다. 새로운 비호세력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지방검찰청도 대검의 계좌추적 전문 검사 등 인력을 지원받아 조희팔 수사팀을 확대 운영키로 했다. 조희팔 소유이거나 소유일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산, 투자자금 등을 전방위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해 7월부터 조희팔의 은닉자금을 수사해 지금까지 1200억 원 정도를 찾아냈다. 검찰 관계자는 “조희팔 강태용 등의 차명계좌로 검경, 정관계 인사 등에게 뇌물이 건네졌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조희팔#경찰#재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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