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가 기업에 직접 투자… 실물경제 순환 ‘물꼬’ 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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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금융개혁 초안 마련

은행, 증권, 보험사의 자기자본을 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금융개혁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에 머물러 있는 돈을 실물경제로 흘려보내는 효과가 기대된다. 또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활용해 현재 평일 오후 4시까지인 은행의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14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회사의 기업 지분투자 유도 △금융업 간 칸막이 축소 △고객 서비스 개선 △은행 영업시간 연장 △산업환경 분석을 통한 구조조정 촉진 등을 뼈대로 하는 금융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5일 금융개혁을 강조한 데 이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하다고 질타한 데 따른 것이다.

○ 은행돈으로 기업에 직접투자

개혁안 가운데 기업 지분투자 유도 정책은 은행 증권 보험사가 기업에 직접 돈을 대고 실적에 따라 투자금을 회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회사가 기업지분을 매입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한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기업에 직접 투자하기를 꺼리고 대출영업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BIS 비율 하락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의 인센티브를 부여해 투자를 독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연금저축 등 장기 투자상품에 들어가 있는 40조∼50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실물 투자에 활용하는 방안도 개혁방안에 올라 있다.

정부는 은행과 증권사 간 사업영역을 일부 공유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 은행은 예대마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증권사는 주식 중개수수료에만 기대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 행태로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은행이 증권사처럼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기업의 신규 상장 업무를 주관하면 해당 분야 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고객에게 부과해 온 수수료가 낮아지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에 증권사 업무 일부를 허용하면 증권업계에는 은행 관련 업무 일부가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자는 “은행에 회사채 발행, 주식 인수 등을 허용하면 시중은행에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기능을 동시에 부여하는 ‘유니버셜 뱅킹’을 도입하는 셈이어서 파장이 커질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금융개혁의 틀을 흔들지 않으면서 금융업 간 칸막이의 높이를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 시간선택제 근로자 활용해 은행 영업시간 연장

금융권에서는 은행이 기업지분에 투자하고 금융업 간 칸막이가 낮아지면 금융업 전반의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금융권에 이런 방식의 개혁을 당장 도입하기 힘들 경우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개혁을 먼저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정부는 예금금리와 대출 중도해지 수수료 분야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모든 금융회사가 비슷한 수준의 예금금리와 해지수수료를 관행적으로 정하고 있다”며 “금융권에 가격 결정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또 은행 영업이 평일 오후 4시에 끝나 근로자들이 은행 업무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을 감안해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활용하면 가능하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정부는 오후 5, 6시로 은행 영업시간을 늘리거나 요일별로 영업시간대를 달리 하는 등 근무체계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영업시간 변경이 노사 단체협상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해 은행에 단협 개정을 권고할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13일 ‘은행 영업점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한 만큼 다른 은행들도 같은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건설, 조선, 해운, 유화업종에 대한 업황 분석을 한 뒤 이 분석자료를 금융감독원과 채권 금융기관에 제시해 업종별 구조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 유재동 기자
#금융사#실물경제#금융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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