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썩은 기름으로 튀긴 음식이 학생들 뱃속으로 … 급식비리 만연

  • 입력 2015년 10월 14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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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빼돌리고 소모품 과다청구, 급식비 횡령 … 충암고만 문제 아냐

지난 4월 서울시 충암고 김 모 교감이 점심 급식을 기다리는 학생들 앞에 섰다. 그는 급식비 미납 학생 명단을 들고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에게 직접 납부를 독촉했다. 청소년기에 감정적으로 민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창피를 준 것이다. 당시 이같은 소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담당 교육청은 김 교감이 학생인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이후 충암고 급식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커졌다. 급식비 미납 사건과 더불어 충암고가 납품받은 식재료를 빼돌리고 반복 재사용하면서 식자재 비용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일 자체 조사결과 충암중·고교가 납품받은 식재료를 외부에 되팔았고, 종이컵과 수세미 등 소모품을 허위로 과다청구했으며, 식용유를 반복해 재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 1억5400만원에 달하는 식자재 비용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이 학교 조리원 등으로부터 진술받은 내용에는 학교 측이 먼저 빼돌리고 남은 식용유를 새카매질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카만 기름으로 튀긴 반찬은 고스란히 학생들이 뱃속으로 들어갔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급식 비리가 충암교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립학교일수록 식자재 비용을 유용하기 쉬워 학생들 건강에 투자될 금액이 학교재단측으로 흘러나간다는 주장이다.

과거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모 영양사는 “어느날 급식 재료 납품업체 직원이 찾아와 뇌물을 주길래 거절했다”며 “이후 자리를 비운 사이 돈이 든 봉투를 놓고 사라졌는데, 다음날부터 납품받은 급식재료 품질이 형편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뇌물을 다시 업체 직원에게 돌려줬지만, 아마 학교 고위층 관계자분들도 뇌물을 받았을 것”이라며 “과연 내가 근무했던 학교에만 뇌물이 주어졌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미 2010년 12월 급식업체 납품비리 연루 공무원이 학교 급식비리에 대한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납품업체로부터 납품가를 높게 책정하도록 한 후 차액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학교급식 납품가를 부풀려 돈을 챙긴 학교 이사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정상적이고 안전한 식자재가 전달되지 않으면서 학생들 위생문제는 해마다 제기되고 있다. 2003년 학교 급식으로 학생 3800여명이 식중독에 걸렸으며, 젖소를 한우로 속이고 음식 재료를 국산으로 허위 표시한 업체도 적발됐다.

경찰청은 충암고 급식비리 사건이 일어나자 지난 12일부터 올해 말까지 81일간 ‘학교 급식비리 특별단속’을 벌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단속으로 학교 급식계약, 식자재 납품, 불량식품 제공, 원산지 허위표시 등 비리행위 급식체계 전반에 대한 단속을 시행하고 급식비를 편취 또는 횡령한 교직원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구속수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단속과 더불어 불량식품 사범을 신고하면 현행 500만원에서 최고 5000만원까지 보상금을 올린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식품 제조·유통의 허가관계, 납품관계, 각종 시험성적서 발급 구조, 급식에 사용된 식품의 위해성 여부 등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특별단속은 학교급식 전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발생해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비리로 인한 예산 낭비도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추진됐다. 전국 초·중·고교생 약 629만명의 66%인 약 415만명의 급식비는 약 2조5195억원에 달한다. 교육청이 약 59.3%,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약 40.7%를 부담하고 있다.

일선 영양사들은 식재료비를 부풀리는 비리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학교가 직접 급식하는 직영급식 확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서울 시내 대부분 학교에서는 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면 학교에서 신경쓰고 책임질 일이 많아져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또 급식 업무 때문에 학교 업무 대부분을 급식에 할애하게 돼 정착 학생 가르치는 일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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