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산-오름-올레길 해안 ‘100km 레이스’ 환상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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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트레일러닝 뛰어보니

제주 한라산, 오름(작은 화산체), 해안 등을 달리는 트레일러닝 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자연을 즐기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한라산, 오름(작은 화산체), 해안 등을 달리는 트레일러닝 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자연을 즐기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가을 햇빛을 받아 살랑살랑 빛나는 억새의 출렁임이 마치 파도치는 은하수처럼 다가왔다. 오름(작은 화산체)을 오르는 숨은 가빴지만 사방으로 펼쳐진 전경에 마음은 시원하게 뚫렸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오름의 능선, 목장과 돌담길, 그리고 쉼 없이 돌아가는 풍력 프로펠러가 어울려 이색적인 경관을 연출했다. ‘2015 제주국제트레일러닝’ 대회 참가자들은 제주의 가을에 흠뻑 젖어들며 트레일러닝의 매력에 빠졌다.

트레일러닝은 도로가 아닌 산이나 계곡, 들판, 사막, 정글 등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며 자연을 즐기거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의 하나로 최근 국내에서도 동호인이 늘고 있다.

이번 대회는 9일부터 11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지역 큰사슴이오름(해발 475m), 따라비오름(해발 342m) 등을 배경으로 열렸다. 종목은 5km 트레킹, 10km 및 20km 트레일러닝, 100km 제주횡단레이스 등으로 25개국에서 1100여 명이 참가했다. 국내 트레일러닝 대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 자연을 즐기는 트레일러닝

100km 제주횡단레이스는 한라산(30km), 오름과 목장(35km)을 거쳐 마지막 날 올레길과 해안(35km) 구간을 3일에 걸쳐 달리는 스테이지 레이스(하루에 정해진 구간을 제한 시간에 달리는 레이스)로 기자도 직접 참가해 도전에 나섰다. 한라산 구간은 숲과 거대한 화구벽의 만남이었다. 상큼한 편백나무, 동백나무, 삼나무 숲을 지나 돈내코탐방로에서 마주한 짙은 회색의 백록담 화구벽은 때마침 물들기 시작한 붉고 노란 단풍을 배경으로 더욱 웅장하게 다가왔다.

오름과 목장 구간은 큰사슴이오름, 따라비오름을 각각 4회씩 모두 8회에 걸쳐 오르내려야 하는 최대 난코스. 나풀거리는 억새 주변으로 수줍게 보랏빛 꽃을 피운 쑥부쟁이, 당잔대, 산부추에 눈길을 주고 귀로는 가을을 재촉하는 풀벌레 울음소리로 지친 몸을 달래야 했다. 마지막 날은 시원스러운 해안을 내달렸다. 다른 구간과 달리 도로를 달려야 하는 단점이 있었지만 아기자기한 올레길, 바람 따라 누운 사스레피나무, 싱그러운 미역 향기는 바다의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 여성, 가족 도전 증가

올해가 네 번째인 100km 제주횡단레이스의 도전자는 190명으로 기자를 포함해 150명이 완주에 성공했다. 인천지역 장애인스포츠 단체인 ‘꿈꾸는 거북이’ 소속 발달장애 10대 6명이 참가해 비장애인 선수들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여성 참가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체 여성 참가자는 지난해 43명에서 올해 71명으로 크게 늘었다. 경남 거제도 조선소에 근무하는 노르웨이인 하이디 베비크 씨(51·여)는 “마치 숨겨진 보물을 만난 듯이 제주의 자연은 찬란했다”며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제주에서 열리는 다양한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2인 1조의 팀별 참가는 18팀에서 올해 22팀으로 증가했으며 부부, 형제, 자매가 함께 도전하기도 했다. ‘함께 즐기는 레이스 축제’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간호사인 차인화 씨(33·여)는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한 젊은이들이 따로 모임을 만들어 이번에 팀으로 출전했다”며 “사하라사막 마라톤 등 보다 험한 레이스에 도전하기 위한 디딤돌로 여기거나 트레일러닝 자체를 즐기는 20, 30대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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