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7330] “시골아이들도 뛰어놀 기회 줄어…스포츠버스 매년 왔으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13일 05시 45분


“운동이 재밌어요!” 7일 국민생활체육회 스포츠버스의 지원으로 열린 운동회에서 강원도 횡성군 안흥초교 학생들이 돼지몰이 릴레이, 줄다리기, 골프 퍼팅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횡성(강원)|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운동이 재밌어요!” 7일 국민생활체육회 스포츠버스의 지원으로 열린 운동회에서 강원도 횡성군 안흥초교 학생들이 돼지몰이 릴레이, 줄다리기, 골프 퍼팅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횡성(강원)|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스포츠버스가 달린다

5. 강원도 횡성군 안흥초교


60명 전교생 두 팀으로 ‘2인1조’ 준비운동
애드벌룬 굴리기·돼지몰이 릴레이 등 경연
골프퍼팅·미니월드컵 등 체험시설도 인기


스포츠동아와 국민생활체육회가 공동으로 ‘스포츠버스가 달린다’ 캠페인을 진행한다. 스포츠버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생활체육회가 농어촌·도서지역 어린이들에게 생활체육의 기쁨을 선물하기 위해 운영하는 버스다. 스포츠동아는 총 6회에 걸쳐 스포츠버스와 전국 각지의 초등학교를 찾아 아이들과 주민들이 어우러져 즐기는 운동회, 레크리에이션, 건강 부대이벤트 등 ‘움직이는 체육관, 스포츠버스’의 모든 것을 생생하게 전해드린다.

서울 광화문에서 2시간 남짓. 강남에서 출발한다면 1시간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곳.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에 안흥초등학교가 있다. “안흥이라고?” 싶다면, 바로 맞췄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쫄깃한 찐빵으로 유명한 바로 그 안흥이다.

학교까지 길은 잘 뚫려 있었다. 거침없이 씽씽 달려 일찌감치 안흥초등학교에 도착했다. 교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시골학교 분위기가 물씬하다.

차문을 열고나오니 강렬한 솔향이 코를 찌른다. 주변 야산에 소나무 숲이라도 있나 싶었는데 웬걸, 소나무 숲은 학교 안에 있었다. 심지어 울창한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로 정자까지 눈에 들어왔다. 어디선가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도 들려온다. 마치 커다란 정원에 들어선 기분이다.

안흥초등학교가 모교인 방제철 교장은 “우리 학교가 90년 된 학교다. 내가 다닐 때는 내 키만 하던 소나무들이 이렇게 자랐다”며 뿌듯한 얼굴을 했다. 방 교장은 이날 운동회에서 식전행사를 하지 않도록 했다. 흔한 ‘교장님 훈시’도 생략했다. 방 교장은 “모처럼의 기회인데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뛰놀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다”고 했다.

● 시골아이들도 운동장에서 뛰놀 기회 적어 “매년 와 주었으면”


스포츠버스 스태프 한 명이 “여기 오시면 이걸 드셔야 합니다”하며 상자를 내밀었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찐빵이 그득했다. 겉은 쫄깃하고 속은 달달하다. 찐빵 하나를 베어 물고 있자니 아이들이 “왁∼” 함성을 지르며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햇볕에 적당히 그을린 아이들의 얼굴이 해맑기 그지없다.

진행자들이 아이들과 교사를 두 팀으로 나누어 빨간색과 노란색 조끼를 입혔다. 빨간색 조끼는 ‘정열의 팀’, 노란색 조끼는 ‘패기의 팀’이다.

2인1조 준비운동이 시작됐다. 마이크를 잡은 진행자가 뭐라고만 하면 아이들이 까르륵 까르륵 웃어댔다. 안흥초등학교는 전교생이 60명이다. 12명의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친다. 학년마다 아이들 수는 들쭉날쭉이어서 5학년의 경우 남자아이만 3명이라고 한다. 팀장 선발댄스, 선생님 댄스, 애드벌룬 굴리기, 6인7각 릴레이가 이어졌다. 1∼3학년은 돼지몰이 릴레이, 4∼6학년은 럭비공차기 릴레이로 승패를 가렸다.

장아름(3학년)군은 “운동회가 너무 재미있다. 주걱으로 돼지저금통을 굴리는 게 가장 재밌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오늘 해보니까 참 좋다. 내년에도 이런 운동회를 우리 학교에서 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내년에 중학교에 진학하는 최고학년 박진수(6학년)군은 “초등학교에서의 마지막 운동회를 이렇게 멋지게 보낼 수 있어서 아주 좋다. 동생들이 뛰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면서 “우리 학교는 참 좋은 학교다. 선생님들이 다 좋으시고 친구들도 모두 착하다”며 깨알 같은 학교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운동회는 저학년, 고학년, 교사가 모두 참여하는 줄다리기와 계주로 막을 내렸다. 아이들의 얼굴에 기쁨과 아쉬움의 꽃이 동시에 피었다.

스포츠버스의 ‘우리 동네 운동회’를 유치한 황경재 교사(33)는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신청했다”고 했다.

“작은 학교이다 보니 시골 아이들이라고 해도 의외로 운동장에서 뛰놀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해 보람이 느껴진다. 우리 학교 같은 작은 학교들에게도 스포츠버스의 운동회는 무척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마음 같아서는 매년 지원하고 싶다.”

운동회가 끝나자 이번엔 체험시설이 문을 열고 아이들을 맞이했다. ‘홀인원! 골프퍼팅’, ‘미니 월드컵’, ‘도전! 나도 축구왕’, ‘테이블 축구’에 몰려드는 아이들의 얼굴이 재미로 반질거린다.

아이들 머리 너머로 학교 건물에 적힌 교훈이 보인다. ‘참! 재미있는 학교. 내일을 여는 멋진 우리들의 배움터.’

소나무 냄새만큼이나 아이들의 순수한 향기로 가득한 안흥초등학교에서의 운동회. 오늘도 스포츠버스는 시원하게 달렸다.

이 캠페인은 스포츠동아와 국민생활체육회가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횡성(강원) ㅣ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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