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미용목적 양악수술, 간과할 수 없는 ‘얼굴처짐’

  • 입력 2015년 10월 5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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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모양 달라졌지만 피부·연부조직은 그대로 남아 중력 영향
안면거상수술·얼굴지방흡입 등 2차수술 유발


양악수술, 안면윤곽수술 붐이 일어난 이후 약 7~8년이 지났다. 언제부터인가 ‘작고 갸름한 얼굴형’이 미인의 기본 요소로 부각된 데다가 유명 연예인들이 양악수술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얼굴형을 개선하기 위해 수술대에 눕는 사람들이 많았다.

예뻐지기 위해 받은 수술이지만 이후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에 당황하는 여성이 적잖다. 다름 아닌 ‘피부처짐’ 때문이다. 미용 목적으로 양악수술을 받은 여성 중 젊은 나이에도 이상하게 페이스라인이 무너지는 느낌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양악수술은 윗니와 아랫니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이거나, 얼굴 중심선이 3㎜ 이상 틀어지거나, 양턱의 높이 차가 3㎜ 이상으로 심한 비대칭이거나, 아래턱이 유난히 튀어나온 주걱턱일 경우 이를 바로잡는 등 치료 목적으로 시행되는 게 바람직하다.

수술과정도 만만찮다. 입술을 들어 올려 입술아래에 있는 살을 절개하고, 상악(上顎)과 하악(下顎) 뼈를 잘라 2개로 분리한 뒤, 정상교합에 맞도록 상악과 하악뼈를 이동시킨다. 이후 티타늄 재질 등으로 된 핀을 박아 고정하는 대수술이다.

한국은 치료 목적의 양악수술을 미용성형 개념으로 보는 분위기다. 국내 양악수술은 수술 실력과 시장 크기 면에서 세계 정상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수술 후 나타나는 드라마틱한 얼굴형 및 얼굴크기 변화를 앞세우는 일부 병원과 매스컴의 탓이 크다.

양병은 한림대 성심병원 구강외과 교수는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을 받는 환자 중에는 이물림이 정상인 경우도 많다”며 “이런 경우 이가 물리는 상태는 변화시키지 않고 턱모양만 디자인하는 수술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용 목적의 양악수술에서는 보통 아래턱만 뒤로 집어넣어야 하는데, 하악만 넣으면 치아맞물림이 틀어지기 때문에 결국 위턱까지 들어서 밀어 넣는다. 턱이 갸름해지면서 얼굴이 작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다만 정상적인 교합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킨 만큼 기능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양 교수는 “치아 맞물림에 문제가 없는 사람의 턱을 지나치게 집어넣으면 정상적이었던 턱관절 모양과 씹는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부작용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용 목적의 양악수술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용적 관점에서도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수술 후 얼굴라인이 어딘지 탄력 없이 아래로 축 늘어진 모양새로 변할 우려가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 중에는 충분히 이같은 문제가 유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병은 교수는 양악수술 후 얼굴처짐이 나타나는 것은 한국의 ‘작은 얼굴’을 만드는 수술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악수술은 얼굴 뼈를 다루는 수술로 윤곽을 크게 키우거나 작게 만들 수 있다. 가령 최근 서구권에서는 양악수술로 오히려 뼈 모양을 크게 만들어 윤곽을 강렬한 이미지로 만드는 게 대세를 이룬다. 이런 경우 인공보형물을 본래 뼈에 붙여 뼈 크기를 늘리고 턱 등에 보형물을 삽입하게 된다. 이때 뼈와 보형물을 덮는 조직 면적이 늘어나 기존보다 팽팽한 얼굴로 변할 수 있다.

반면 작은 얼굴로 교정하는 양악수술은 수술 후 뼈 크기가 줄거나 위치가 이동하게 된다. 이 때 뼈를 싸고 있는 피부·연부조직은 체적이 그대로 유지되지만 지탱할 데가 없어 중력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아래로 처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예전에 없던 볼살처짐, 턱선 늘어짐, 팔자주름 아래의 불독살, 이중턱이 형성되며 지방침착과 주름이 동시에 나타나는 증상이 가속화된다. 수술 후 몇 년 이상 시간이 흘러 나타났다면 노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개원가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전담하는 ‘안면윤곽·양악수술후 클리닉’을 운영하는 곳이 적잖다.

양 교수는 “치료 목적으로 양악수술을 받는 환자에게도 수술 후 목살이 뭉치거나 주름이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며 “피부처짐이 나타날 것 같은 조짐이 보이는 환자는 미리 리프팅 시술을 받고 양악수술을 받도록 권한다”고 말했다.

윤근철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여느 수술법과 마찬가지로 양악수술 역시 잃는 것과 얻는 게 있다”며 “건강상 꼭 필요했던 환자라면 수술 후 체내 기능이 개선되고 얼굴형이 정리된 것에 만족해 약간의 처짐이 나타난들 얻는 게 큰 상황에서 이같은 증상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정상적인 치열 및 턱뼈 상태에서 단순히 미용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당연히 피부처짐 같은 현상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악수술이 아니라도 안면윤곽수술은 피부처짐을 유발할 수 있다. 돌출입수술의 경우 입가에, 광대뼈수술은 중안부 전반에, 사각턱수술은 턱라인에서 피부탄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이런 문제를 줄이려 광대뼈수술의 경우 과거 단순히 크기를 줄이는 수술에서 뼈를 위쪽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다. 위로 살짝 올라간 광대뼈가 볼살을 리프팅하는 효과를 줘 어려보이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결국 미용 목적의 양악수술은 자칫 환자가 또다른 ‘큰 수술’을 받도록 유도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최근 상대적으로 젊은 20대 여성에서 흔히 중년 여배우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안면거상수술’을 받는 빈도가 높아지는 것도 이같은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온라인 성형 정보 카페에서는 양악수술·안면윤곽수술 후 리프팅·지방흡입수술을 고려하고 정보를 공유하자는 글이 수두룩하다.

안면거상도 규모가 큰 수술이다. 수술 후 1년 정도 회복기를 거치는 양악수술과 마찬가지로 오랜 회복기간이 필요하다. 이 수술은 피부를 절개한 뒤 피부밑을 박리, 피부를 들어올리고 당겨 잉여조직을 팽팽하게 만들고 남는 피부의 일부를 잘라 봉합한다. 흔히 측두부 귀 위에서 귀 앞으로, 이어 귀밑을 돌아 다시 귀뒤로 들어갔다가 뒤통수에 이르는 방향으로 절개선을 넣어 남은 피부를 팽팽하게 잡아당기게 된다. 이처럼 얼굴 전체를 거상하는 데에는 6시간 정도 걸린다.
최근엔 젊은층의 수요가 높아지며 턱선만 교정해준다는 ‘미니거상수술’이 등장하기도 했다. 미니거상도 3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양악수술을 받은 환자는 안면거상 외에도 얼굴지방흡입수술, 아큐스컬프 등 리프팅 시술을 고려하게 된다. 이 중 지방흡입수술의 선호도가 높다. 개원가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양악수술이나 안면윤곽수술 후 얼굴이나 턱선의 지방흡입을 받으려는 환자가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지방세포·피부조직·수분 등으로 구성된 연부조직에서 지방의 부피가 가장 크고 처짐 현상이 도드라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피부처짐 현상은 치료 목적을 위해 양악수술을 받은 사람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단순히 미용 목적으로 양악수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예뻐지는 게 목표인 만큼 이같은 부작용이 더 크게, 빈번하게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정상적인 교합을 가진 사람이라면 양악수술로 씹는 기능이 떨어지고, 피부감각이 무뎌질 위험을 안게 된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피부처짐까지 나타날 수 있다.

윤근철 교수는 “다른 사람의 드라마틱한 결과에만 집중해 양악수술의 크고 작은 부작용을 간과하며 ‘나는 아니겠지, 일단 받고 보자’는 식의 생각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성형수술은 결국 또 다른 수술을 불러오는 주범이 된다.

취재 = 정희원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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