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낮엔 제복입고 근무, 밤엔 도우미로”… 경찰학교 외래교수, 여경 비하 발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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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교육 전문기관인 중앙경찰학교(학교장 치안감 박경민)에서 한 외래교수가 신임 여경들을 상대로 한 강의 도중 “여경들이 일선에 나가면 간부 경찰들을 꼬신다”거나 “일부 여경들은 휴일에 돈 벌려고 업소생활을 한다” 등의 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1일 중앙경찰학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이 학교 외래교수인 A 씨가 형법 강의를 하던 도중 150여 명의 신임 여경 임용 예정자들에게 “여자는 40세가 넘으면 퇴물이다. 젊은 나이에 몸값 좋을 때 시집가라. 일선에 나가면 경찰대 출신이나 간부후보생 출신들 꼬실 거잖아”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낮에는 경찰제복 입고 근무하다가 휴일에는 돈벌려고 도우미로 나가는 ×× 것들이 있다. 경찰 월급이 얼마 되지 않아 도우미로 나간다”는 말도 했다.

A 씨는 이어 “결혼정보업체에서 여경들은 등급이 좀 올라갔으니 지금 만나는 남자들을 갈아치워라. 그리고 승진해라. 승진 못하면 지방에 가서 애나 낳고 지구대나 지킨다”라는 등 비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의 후 A 씨의 발언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교육생들은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학교 측은 당시 강의를 들은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를 해 A 씨의 발언 사실을 확인했다. A 씨는 경찰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사이에 형법 교수로 이름이 나 있으며, 한 포털 사이트에 운영 중인 개인카페에는 3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A 씨는 학교 측의 자체 조사에서 “평소 학원 수업에서 하듯이 편하게 하려다 실수를 했다. 잘못을 인정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1일 해촉심사위원회를 열어 A 씨를 해촉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발언 수위에 비해 학교 측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경찰학교 관계자는 “신임 경찰 교육을 위해 매년 각 분야 전문가 100여 명을 외래교수로 위촉하는데, A 씨는 올해 처음 위촉돼 그날이 첫 강의였는데 문제가 발생했다”며 “학생들에게 해촉 사실을 알리고, 다른 외래교수들에게도 교육 도중 발언에 주의해 줄 것을 당부하겠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시에 있는 중앙경찰학교는 신임 경찰 교육을 전문화하기 위해 1987년 9월 개교했다. 현재 286기와 287기생 3100여 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충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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