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존중·박애실천·연구열정… 高大병원들, 따뜻한 전통을 잇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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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Beauty]高大의대 부속병원들의 색깔있는 ‘사회공헌’ 전통

고려대 의대의 핵심 연구시설인 ‘문숙의학관’에는 다양한 기초의학 분야의 연구실들이 있다. 고려대는 의대, 보건과학대, 생명과학대 등을 부속병원과 연계해 다양한 융복합 연구를 할 계획이다. 고려대 의료원 제공
고려대 의대의 핵심 연구시설인 ‘문숙의학관’에는 다양한 기초의학 분야의 연구실들이 있다. 고려대는 의대, 보건과학대, 생명과학대 등을 부속병원과 연계해 다양한 융복합 연구를 할 계획이다. 고려대 의료원 제공

최근 의학계에서는 국내 여의사 양성에 앞장섰던 미국인 여의사 로제타 셔우드 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음 달은 홀 여사가 한국에 온 지 125주년이 되는 때이기도 하다.

1890년 10월 한국에 도착한 홀 여사는 ‘남성 의사’에게서는 진료를 받을 수 없던 여성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돌봤다. 그녀는 김탁원, 길정희 부부 등 민족 선각자들과 함께 여의사 양성 기관 설립을 추진했고, 1928년 ‘조선여자의학강습소’를 설립했다. 조선여자의학강습소는 당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던 여성들을 진료할 수 있는 여성 의사를 양성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조선여자의학강습소는 ‘여성의 건강은 여성의 손으로’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조선여자의학강습소는 1938년 우석 김종익 선생의 기부를 바탕으로 경성여의전, 서울여자의과대학, 수도의과대학로 발전하고, 이후 우석대를 거쳐 현재의 고려대 의대으로 이어진다. 국내 메이저 의대 중 하나로 꼽히는 고려대 의대 역사의 출발점이 바로 조선여자의학강습소인 것이다.

소외계층 우선시하는 전통과 문화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을 위해 탄생한 조선여자의학강습소의 전통과 박애정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의료 소외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구로공단과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 인근에 대형 부속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그런 정신의 일환. 또 고려대 부속병원들은 국가 재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전통이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단원재난의학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또 고려대 구로병원은 올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졌을 때 국가 거점 병원이 아닌 상황에서도 메르스 환자들을 맡아서 치료했다. 안암병원은 북한과 관련된 의료활동에 적극적이다. 1000명 이상의 북한 이주민에 대한 무료 검진을 진행했고,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설립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헌정 고려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 활동을 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전통은 고려대 의대의 자랑스러운 전통”이라며 “이 같은 고려대 의대의 정신과 전통을 학교 안팎에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첨단 연구시설 구축 통한 다양한 연구 성과

‘사람’을 중심에 두는 전통과 문화뿐 아니라 고려대 의대는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고려대 의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암병원과 구로병원 두 곳의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을 보유한 의학 교육기관이다.

최근에는 ‘KU-MAGIC(Medical Applied R&D Global Initiative Center)’ 프로젝트를 출범시켜 △의대 △보건과학대 △생명과학대 △이과대 △공과대 △약학대 △간호대 등과 안암병원을 잇는 최첨단 융복합의료센터 구축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KU-MAGIC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는 물론이고 영국 킹스칼리지, 싱가포르 A-STAR 등 세계적인 연구기관과도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계획이다. 예방의학, 생화학, 약리학, 해부학, 미생물학 같은 기초의학 분야 연구실들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문숙의학관 역시 고려대 의대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3개 센터’를 통한 연구·교육 지원

의학교육센터, 의과학연구지원센터, 실험동물연구센터 등 ‘3개 센터’를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연구·교육 인프라도 고려대 의대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의학교육센터는 강의, 임상실습, 학생연구지원 사업 등을 지원한다. 교수들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의과학연구지원센터는 약 1100개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또 실험동물연구센터는 의학 연구에 필수인 양질의 동물을 관리 공급한다.

고려대 의대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내 최고 수준의 바이오-메드 융합 연구와 교육에 필요한 시설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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