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처럼 들여오면 세관에 안걸려”… 관세청 직원 ‘코치’따라 2000억 짝퉁 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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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운송장 검사만으로 통관’ 악용
사들인 개인정보 이용해 수입… 귀띔해준 공무원 수천만원 뇌물 혐의

“들키지 않고 중국산 짝퉁을 들여올 순 없을까.”

2013년 봄 중국산 위조 제품(짝퉁) 수입업자 문모 씨(51) 일당은 고민에 빠졌다. 해상 운반 컨테이너에 짝퉁을 몰래 숨겨 수입했는데 세관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문 씨 등은 10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관세청 6급 직원 임모 씨(50)를 찾았다. 고민을 들은 임 씨는 개인정보를 도용해 직구(해외 직거래)로 짝퉁을 밀반입하는 수법을 상세히 알려줬다. 20년 이상 관세 업무를 맡은 임 씨는 직구 과정의 빈틈을 잘 알고 있었다.

문 씨는 임 씨 말대로 브로커를 통해 국내 개인정보 2만9000여 건을 구했다. 그리고 이들 명의로 중국산 짝퉁을 직구로 위장해 수입했다. 전자상거래물품은 수입 통관 절차가 간단해 구매자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가 기재된 운송장 검사만으로 수입 통관이 가능한 점을 악용했다. 대량의 개인정보를 이용하면 컨테이너 선적 물량만큼 짝퉁을 들여올 수 있었다. 통관 업무를 담당하던 임 씨는 문 씨가 다른 직원의 눈을 피하도록 도와주고 수천만 원대 뇌물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위조명품 15만6500여 점(정품 시가 2232억 원)을 불법 반입한 뒤 국내 판매상에 넘겨 7억여 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상표법 위반 등)로 문 씨 등 4명을 검거하고 2명을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문 씨 등에게 짝퉁을 넘겨받아 최근까지 판매한 김모 씨(37) 등 3명을 검거해 1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문 씨 등 일당에게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임 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구치 루이뷔통 프라다 등의 상표를 부착한 짝퉁 의류 및 가방 신발 등을 정품으로 속여 정가의 70∼80% 가격에 국내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입 통관 절차 간소화 제도를 악용하는 범죄가 늘고 있는 만큼 제도를 개선·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해외직구#관세청#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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