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 前부총리 “ICT 주도권 잡으려면 TDX개발 뛰어넘는 혁신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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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 前부총리가 말하는 ‘이동통신 진화론’

21일 KT가 개최한 대한민국 통신 130주년 기념식에서 만난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1980년대 1가구 1전화 
시대를 열었던 전전자교환기 TDX 개발에 버금가는 혁신을 지금 이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KT 제공
21일 KT가 개최한 대한민국 통신 130주년 기념식에서 만난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1980년대 1가구 1전화 시대를 열었던 전전자교환기 TDX 개발에 버금가는 혁신을 지금 이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KT 제공
1885년(고종 22년) 9월 28일 세워진 한성전보총국을 뿌리로 하는 국내 통신사(史)에서 최고의 ‘명장면’으로 국산 전전자(全電子)교환기 TDX 개발을 꼽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전자교환기는 다이얼이나 버튼을 인식해 상대방의 번호를 찾아 통화를 연결해 주는 전자장치다. 교환원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것이다.

TDX가 개발된 1986년만 해도 관련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독일 등 선진국 7개국에 불과했다. 한국의 TDX 개발은 세계가 놀랄 만한 일대 혁신이었다. 21일 TDX 개발 주역인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나 봤다.

○ “TDX 개발에 버금갈 만한 혁신 이뤄내야…”

오 전 부총리는 “TDX 개발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는 차원을 넘어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연구개발(R&D)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TDX 개발 이전까지 한국에서는 “R&D 투자는 허무하게 날아가는 돈”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오 전 부총리는 “당시는 1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도 거의 없던 시절이었지만 TDX 개발에는 1차에 240억 원, 2차에 560억 원 등 총 800억 원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막대한 예산을 들인 TDX 개발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약 4조 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보게 됐다. 이를 통해 정부와 기업이 R&D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얻은 자신감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10년 뒤인 1996년 한국은 세계 최초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상용화했다.

이어 IMT-2000(1999년), 4세대(4G) 와이브로(2004년)까지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했다.

오 전 부총리는 “현재 이동통신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힘은 TDX 개발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참 동안 TDX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가던 그는 “TDX 개발에 버금갈 만한 혁신이 지금 한국에서 나타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괄목할 만한 혁신이 없다면 그 자체가 도태라는 얘기다.

○ “KT가 맏형 노릇 하고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오 전 부총리는 TDX와 같은 혁신이 탄생하기 위해 ‘KT 맏형론’을 꺼냈다. 지금은 과거처럼 정부가 나서서 모든 것을 주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KT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 개발을 위해 KT가 R&D 역량을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야 한다”면서 “순수 민간 기업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을 KT가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전 부총리는 “그런데 KT가 요즘 맏형 노릇에 다소 소홀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부도 KT를 위한 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오 전 부총리는 “KT의 뿌리를 보면 알 수 있지만 그냥 민간 기업이 아니다”라면서 “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정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을 KT가 주도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보 복지사회 건설 위해 노력

오 전 부총리는 TDX 개발을 시작으로 ICT 기술 개발이 대한민국의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장을 가져왔다고도 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1일 1980∼2013년 유무선 통신의 발전은 64조 km에 이르는 이동거리를 줄여 7847조 원의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1485조 원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1가구 1전화’ 시대를 연 TDX 개발은 전화 1000만 전화회선 돌파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세계 최초’ 타이틀을 석권하며 2014년 4분기 기준 국내 브로드밴드 평균 속도는 22.2Mbps로 글로벌 1위다. 전 세계 평균 4.5Mbps보다 4배 이상 빠르다. 또 2014년 12월 기준 무선 브로드밴드 가입자 수는 5357만 명으로, 세계 4위다.

오 전 부총리는 “대한민국 통신 130년의 역사는 찬란한 기술 개발의 역사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정보 복지 사회를 건설하려는 노력들도 있었다”면서 “최신 기술들을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용 kky@donga.com·서동일 기자
#오명#ict#t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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