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潘? 위기 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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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개국 정상 참석… 창립 70주년 유엔총회 25일 개막

토크쇼 나와 직접 홍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이 18일 미국 CBS방송의 토크쇼 프로그램에 나와 칵테일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반 총장은 “6·25전쟁 당시 나도 난민이었다. 유엔은 난민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CBS방송 화면 캡처
토크쇼 나와 직접 홍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이 18일 미국 CBS방송의 토크쇼 프로그램에 나와 칵테일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반 총장은 “6·25전쟁 당시 나도 난민이었다. 유엔은 난민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CBS방송 화면 캡처
유엔 창립 70주년을 맞아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는 유엔 개발정상회의(25∼27일)와 유엔총회 일반토의(28일∼10월 3일)는 내년 말 퇴임을 앞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큰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P5)을 포함해 150여 개국 정상이 총출동하는 두 회의에서 반 총장은 빈곤 퇴치, 기후변화 대응 등 주요 의제에 대해 각국 정상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이해와 협력을 당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역대 교황 중 최초로 총회 기간에 유엔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단독 면담(25일)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유엔 일각에선 “교황이나 각국 정상들은 오히려 난민 문제 등 지구촌 현안에 대한 ‘유엔과 반 총장의 역할’을 기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만약 반 총장이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소문난 잔치(유엔 70주년 정상회의)에 먹을 게 없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 반 총장 감독·주연의 ‘사상 최대의 유엔 드라마’


반 총장은 두 회의가 열리는 동안 총 140건의 면담을 실시할 예정이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140건의 면담에는 여러 정상이 함께 참석하는 지역별 단체 면담도 있기 때문에 사실상 유엔 회원국(193개국) 대표를 모두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점심식사 약속이 없는 경우엔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이 직접 주재하거나 연설하는 행사만 70여 개에 이른다. 26일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새마을운동 고위급 행사에 참석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는 ‘남-남 협력 정상회의’(26일)와 ‘여성인권 신장 정상회의’(27일)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는 ‘제2차 평화유지 정상회의’(28일)를 각각 공동 주재한다.

반 총장은 최근 지구촌 핫이슈로 떠오른 중동 난민 문제와 관련해 ‘난민 정상회의’(30일)도 연다. 반 총장은 17일 미 CBS방송의 ‘레이트 나이트 쇼(Late Night Show)’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이번 행사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 일각에선 ‘화려한 만큼 성과도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반 총장이 16일 유엔 출입기자단과 가진 기자회견에선 “교황이 반 총장에게 ‘(지구촌)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유엔이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총장께선 충분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나요?’라고 물으면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이냐” “유엔이 난민 문제에 너무 무기력해 보인다” 등의 질문들이 쏟아졌다. 유엔 소식통들은 “잔치가 성과 없이 끝나면 이런 비판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쿠바 간 교황, “미-쿠바, 세계적 화해의 사례”

이런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엔과 미국 방문에 앞서 19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 도착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에 나와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영접했다. 거리에 나온 10만여 명의 쿠바 국민도 역사적인 교황 방문을 열렬히 환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60여 년 동안의 적대관계를 청산한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 과정을 치하하며 “대화와 만남의 문화가 승리했음을 보여주는 징표이며 세계적인 화해의 사례로 우리를 희망으로 채웠다”고 평가했다. 라울 의장은 교황에게 “양국이 관계 정상화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교황의 방문은 국가적으로 초월적이며 유복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교황의 역할에 감사했다. 이에 교황은 “(라울 의장의 형으로 올해 89세인)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특별한 존경과 동정의 감정을 전한다”고 답했다.

3박 4일 동안 쿠바에 체류하는 교황은 20일엔 아르헨티나 출신의 쿠바 혁명 영웅 체 게바라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는 아바나 혁명 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라울 의장과 공식 회담을 했다. 교황은 이날 미사 강론을 통해 “약한 자를 살피고 헌신하며 살지 않는 삶은 죽은 삶과 같다”고 강조했다.

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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