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으로 사교육, 국어-영어 지고 수학 쏠림 두드러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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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학생들이 난도가 낮아 변별력이 크지 않은 국어, 영어보다 수학에 집중하면서 사교육도 수학 과목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시청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고등학교 학생들이 난도가 낮아 변별력이 크지 않은 국어, 영어보다 수학에 집중하면서 사교육도 수학 과목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시청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쉬운 수능’으로 고등학생들의 과목별 학습 양식이 달라지고 있다.

학생들이 난도가 낮아 변별력이 크지 않은 국어, 영어보다 실력 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수학에 집중하면서, 사교육도 수학 과목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또 탐구 영역 중에서는 최근 난도가 높아지고 영향력도 커진 과학탐구 영역이 사회탐구에 비해 사교육 수요가 많았다.

16일 입시 전문업체 이투스가 올해 1∼8월 고등학생들의 자사 온라인 강의 과목별 매출 비율을 분석한 결과 수학이 전체 과목 매출의 5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들이 수학에 집중하는 이유는 수험생 간 실력 차가 확연히 드러나는 데다 입시에서 반영 비율도 높기 때문. 수학은 학생들의 기초 학습 능력에 따라 점수 차가 크기 때문에 꾸준히 공부하지 않을 수 없고, 다른 영역에 비해 EBS 교재와의 직접적 연계도 적은 편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 강의 등 사교육 의존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수학은 더욱 중요한 과목이다.

정시 전형에서 최상위권 대학들의 수학 영역 반영 비율이 25%를 넘기 때문에 수학의 영향력이 크다. 특히 쉬운 수능으로 국어와 영어의 변별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어려워하는 수학 과목에서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최상위권 학생들이 수학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다. 중위권 학생들도 쉬운 문항을 중심으로 학습하면 효율적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어 꾸준히 수학 사교육을 받고 있다.

영어는 과목별 매출에서 15%를 차지했다. 수학에 비하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이는 영어가 선행학습 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학교 때 영어 실력이 좋을 경우 고등학교에 와서 상대적으로 학습의 필요성이 적어진다는 것. 이 때문에 수학과 비교하면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 적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시험을 보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는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고, 난도도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영어는 EBS 교재와 연계성이 가장 높아 사교육보다 EBS 강의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국어 매출은 전체의 5%에 불과했다. 수학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주요 과목 중 사교육 의존도가 가장 낮았다. 문학과 비문학 영역 모두 EBS 교재와 연계율이 높아 사교육보다 EBS 강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2014학년도에 국어 영역이 A형과 B형으로 분리됐고, 국어 A형은 쉽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자연계 학생들은 국어 공부를 소홀히 하는 분위기도 보이고 있다. 또 자연계열은 정시 전형에서 국어 영역의 반영 비율도 낮아 상대적으로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

탐구 영역은 대체로 고3 때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경향이 있어 꾸준히 공부하는 다른 과목에 비해 사교육 매출 비중이 크지는 않다. 10개의 선택과목이 있지만 수험생들이 공부하기 쉽다고 여기는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등 소수의 과목에 집중되는 사회탐구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4%에 불과하다.

하지만 8개의 선택과목이 있는 과학탐구 영역의 온라인 강의 매출 비중은 20%로 사회탐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꽤 높았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수능에서 과학탐구가 어렵게 출제됐고, 정시 전형에서 과학탐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사회탐구에 비해서는 사교육 수요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과목별 매출 차이는 쉬운 수능과 영어 절대평가 등 외부적 요인에 맞춰 학생들이 효율적인 과목별 학습 전략을 짠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며 “수능을 앞두고 최상위권 학생은 한 문제 실수가 등급을 바꿀 수 있어 난이도와 관계없이 철저히 대비해야 하고 중위권 학생들은 1, 2개 등급을 올린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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