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전속력으로 달리는 말 위에서 공만을 쫓는 ‘남자의 스포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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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로얄 살루트 폴로컵 대회

숨을 헐떡이며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 위에서 공을 쫓는 폴로는 상당한 근력과 순발력을 요하는 격렬한 운동이다. 12일 제주시 구좌읍 한국폴로 컨트리클럽(KPCC)에서 열린 ‘2015 로얄 살루트 폴로컵’ 경기의 한 장면. 로얄 살루트 제공
숨을 헐떡이며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 위에서 공을 쫓는 폴로는 상당한 근력과 순발력을 요하는 격렬한 운동이다. 12일 제주시 구좌읍 한국폴로 컨트리클럽(KPCC)에서 열린 ‘2015 로얄 살루트 폴로컵’ 경기의 한 장면. 로얄 살루트 제공


남자의 운동이었다. 거친 발굽소리가 경기장을 메웠다. 팽팽하게 당겨진 사내들의 근육은 공을 향해 그 에너지를 일시에 쏟아내기를 반복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2일 제주. 구좌읍에 위치한 한국폴로 컨트리클럽(KPCC)에선 한국 최대의 폴로 경기인 ‘2015 로얄 살루트 폴로컵’ 대회가 열렸다. 프리미엄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인 로얄 살루트가 한국 폴로 컨트리클럽과 공동 주관하는 이 행사에는 영국 폴로 국가 대표팀 주장을 지낸 맬컴 보윅이 직접 경기에 참가했다.

페르시아에서 영국의 귀족 스포츠로

폴로는 한국에는 아직 낯선 운동이다. 기원전 600년 페르시아에서 즐겨 했던 스포츠 ‘쇼간’에서 유래했다. 말을 탄 채 공을 치는 쇼간은 중국과 인도 등을 거쳐 전파됐고, 인도를 점령했던 영국에까지 전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름도 ‘쇼간’에서 ‘풀루’로, 마침내 ‘폴로’로 바뀌었다. 이후 영국 왕실에 전해지면서 ‘왕실 스포츠’로 자리매김해 왔다. 현재는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3만여 명이 폴로를 즐기고 있다.

로얄 살루트가 폴로 경기를 후원하는 이유도 영국 왕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로얄 살루트 위스키는 1953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에 헌정되며 탄생했다. 이후 왕실 스포츠라 불리는 폴로 경기를 후원하며 ‘여왕의 술, 여왕의 스포츠’라는 공식을 만들어 왔다. 로얄 살루트는 한국이 2006년 세계폴로연맹에 가입한 이후 2012년부터 제주도에서 폴로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폴로 경기는 팀당 4명의 선수가 말을 탄 채 하키 경기를 펼친다고 생각하면 쉽다. 보통 4∼8번의 플레이 타임으로 이뤄지고, 1게임당 7분에서 7분 30초로 경기가 진행된다. 말 위에서 스틱으로 볼을 쳐서 골대에 넣는 식이다. 전체적인 공격 위치를 선정하는 1번 선수와 그를 백업하는 2번 선수, 미식축구의 쿼터백 역할을 하는 3번 선수, 수비를 담당하는 4번 선수로 구성된다.

로얄 살루트 홍보대사인 말콤 보윅(왼쪽)과 장 마누엘 스프리에 페르노리카 사장이 대회가 끝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로얄 살루트 홍보대사인 말콤 보윅(왼쪽)과 장 마누엘 스프리에 페르노리카 사장이 대회가 끝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투적인 경기 속에 감춰진 엄격한 규칙

“스틱을 잘못 휘둘러 상대 선수를 때리거나, 말을 다치게 하면 절대 안 됩니다.”

폴로 경기에 앞서 특별 강습에 나선 보윅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강습 내내 폴로 경기에서 지켜야 할 매너와 규칙에 대해 강조했다. 폴로는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 위에서 균형을 잡고 스틱을 휘둘러야 하는 격렬한 운동이기 때문에 따라야 할 규칙이 엄격했다.

가장 기본은 계산된 상황에서만 스틱을 휘둘러야 한다는 것. 운동 방향과 각도를 잘못 계산해 말 머리를 때리거나, 상대 선수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을 향해 질주하는 상대 팀 말의 진로를 방해해 끼어들거나, 말끼리 부딪치는 과격한 몸싸움을 해서도 안 된다. 보윅은 “상대 팀을 저지하는 방법은 공을 치려는 상대의 스틱을 본인의 스틱으로 막거나, 말을 탄 선수들끼리의 어깨싸움 등 두 가지뿐”이라고 설명했다.

스윙 방식은 골프와 비슷하지만, 몸의 앞뒤로 말의 엉덩이와 머리가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하고 움직여야 한다. 오른팔을 뒤로 힘껏 뻗어 스틱을 들어올린 뒤 중력을 이용해 내리쳐야 공이 직선거리로 멀리 날아간다.

왼손은 말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말렛’이라 불리는 스틱은 오른손으로만 잡을 수 있다. 뛰어난 승마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기를 진행할 수 없어 영국에서는 폴로 경기를 즐기는 이들 가운데 승마 경력이 20년 이상인 경우가 보통이다. 말이 뛰어다니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기장 크기는 축구장의 6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노련한 폴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승마기술은 기본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하체와 복부 근력이 필수적이다. 말을 타지 않고 평지에서 스틱을 이용해 공을 치는 연습을 잠깐만 해도 허벅지와 복부 근육에 통증이 느껴지기 때문에 스틱을 다루는 힘과 기술을 갖춰야 한다. 또 1kg이 넘는 스틱을 자유자재로 휘두르기 위한 팔 근력도 필수다.

영국인들은 경기장 주변 정원에서 사교모임을 겸한 피크닉을 즐기며 폴로경기를 관람하는 특유의 스포츠 관람문화를 가지고 있다.
영국인들은 경기장 주변 정원에서 사교모임을 겸한 피크닉을 즐기며 폴로경기를 관람하는 특유의 스포츠 관람문화를 가지고 있다.


차려입고 즐기는 영국식 피크닉

격렬한 경기가 벌어지는 경기장 밖에서는 우아한 사교의 장이 펼쳐진다. 고급 스포츠를 즐길 때 격식 있는 옷차림으로 관람하는 영국인의 스포츠 문화가 폴로와 만나 피크닉을 즐기는 특유의 사교 문화를 만들어냈다. 폴로뿐 아니라 경기 진행시간이 긴 크리켓이나 고급 경마 행사인 로얄 아스코트 경기에서도 여유로운 피크닉을 즐기며 경기를 관람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영국식 피크닉은 꽃과 나무가 잘 정돈된 정원에서 열린다. 간단한 도시락과 편안한 복장으로 소박한 피크닉을 즐길 때도 있지만,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애프터눈 티나 위스키 등을 준비해 오랫동안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한다. 남성은 캐주얼 정장 차림을, 여성은 드레스에 밀짚모자를 쓰는 차림을 할 경우가 많다. 경기 중간 휴식시간에는 관중들이 직접 경기장 잔디밭을 고르게 밟고 선수들과 사진을 찍거나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제주=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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