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투자” 날개 단 스타트업, 해외진출 대박 영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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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1年… 삼성, 48개 업체에 100억 투입

브라질과 벤처-스타트업 발굴 육성 협약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 1주년 기념식에서 삼성과 브라질 혁신기업협회(ANPROTEC)가 벤처·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 협력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왼쪽에서 다섯 번째부터 김선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프란시스 가르시아 브라질 혁신기업협회 의장, 권영진 대구시장,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삼성전자 제공
브라질과 벤처-스타트업 발굴 육성 협약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 1주년 기념식에서 삼성과 브라질 혁신기업협회(ANPROTEC)가 벤처·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 협력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왼쪽에서 다섯 번째부터 김선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프란시스 가르시아 브라질 혁신기업협회 의장, 권영진 대구시장,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삼성전자 제공
“특허가 아무리 많아도….” “기술은 좋았지만….”

친환경 금속 표면처리 전문업체 ‘테크트랜스’의 유재용 대표(39)는 15일 오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짧은 기자회견 동안 “기술이 아무리 많아도, 기술만으로 안되는 게 창업이더라”는 말을 5번 넘게 했다.

공학박사 출신으로 대구지역 대학들에서 시간강사로 일했던 그는 개인특허만 27건을 갖고 있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2011년 4월 산(酸) 대신 친환경 알칼리로 금속 표면처리를 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테크트랜스를 차렸지만 사업은 늘 지지부진했다.

이름 없는 신생 벤처회사라는 점 때문에 매번 양산 논의 단계에서 일이 어그러지기 일쑤였다. 어느덧 자금도 다 떨어져 개인 돈으로 메워가며 운영하던 올해 4월 삼성으로부터 3억 원을 지원받았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이후 삼성에서 지역 내 우수 벤처·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벤처파트너스데이’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돈만 온 게 아니었다. 테크트랜스는 최근 일본업체를 꺾고 미국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와 자동차 페달 패드 납품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양산을 시작해 초도양산 제품 2000개를 납품한 상태다. 앞으로 7년간 연 30만 개를 납품할 예정이다.

고훈 테크트랜스 연구소장은 “삼성이 투자한 업체라는 점이 기업 신뢰도에 엄청난 ‘스펙’이 됐다”며 “지난해 9900만 원이던 매출이 올해 하반기에만 20억 원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15일 출범 1년을 맞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이처럼 ‘대박 신화’의 꿈이 영그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삼성은 지난해 9월 이후 현재까지 청년창업지원 펀드와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테크트랜스를 비롯한 48개 업체에 창업 및 초기운영 자금 100억여 원을 투자했다. 2019년까지 총 200억 원이 투자된다.

센터 내 벤처 발굴 및 육성프로그램인 ‘C-랩(Lab)’도 성과를 내고 있다. C-랩 1기로 뽑힌 35개 업체들은 지난 1년간 초기 투자금 2000만 원과 일대일 창업 멘토링, 삼성벤처투자 자문 등을 받았다. 이들 중 ‘월넛’과 ‘이대공’, ‘람다’ 등은 이제 본격적으로 돈 버는 재미에 빠졌다. 원단 디자인·설계 프로그램 벤처업체인 월넛은 최근 나이키, 코오롱 등 주요 브랜드와의 계약에 성공해 지난해 3000만 원이던 매출이 올해 12억 원으로 약 40배로 뛸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자 출신인 이경동 월넛 대표(34)는 “창업을 하려면 인사, 마케팅, 회계 등도 개발만큼이나 잘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며 “C-랩에서 영업부터 마케팅까지 다양한 멘토링과 조언을 받은 게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시작은 대구였지만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글로벌 시장이다. 유아 미술교육 정보통신(IT) 기기인 ‘스마트 팔레트’를 개발한 구니스는 세계 진출을 목표로 중국에 양산공장을 임차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선정한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달에는 삼성의 도움으로 중국 칭화대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이윤재 구니스 대표(41)는 이날 센터에서 열린 출범 1년 기념식에 참석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권영진 대구시장, 김선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앞에서 이같이 말하며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창조경제 1세대’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박세리 선수 이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로 진출하는 ‘박세리 키즈’들이 이어졌듯, 우리가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해야 창조경제 2, 3세대들을 위한 토양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편 센터는 이 같은 ‘대기업-벤처 간 협력 생태계 구축’이라는 창조경제혁신 모델을 브라질 등 해외로 수출한다. 삼성은 브라질 혁신기업협회와 벤처·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 협력을 위한 계약을 맺고 50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다.

센터는 브라질의 현지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하는가 하면 한국과 브라질의 우수한 스타트업들이 서로 상대국의 조기육성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 해외 진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당장 내년부터 브라질 출신의 스타트업 2개 팀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C-랩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대구=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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