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구미시 ‘안심마을’ 조성후 범죄 17% 줄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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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예방 환경설계 ‘셉테드’ 효과… 주민 90% “거리 밝아지고 안전” 만족
경주-안동-경산 지역으로 확대 검토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 안심마을에서 경찰관과 자율방범대 주민이 함께 셉테드(범죄예방 환경설계)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구미경찰서 제공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 안심마을에서 경찰관과 자율방범대 주민이 함께 셉테드(범죄예방 환경설계)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구미경찰서 제공
“동네 거리가 밝아지고 외국인들이 싸우거나 소란을 피우는 일도 눈에 띄게 줄었어요.”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심영식 씨(55)는 “치안이 좋아지니까 이웃들이 편안해하고 장사도 더 잘되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구미경찰서와 구미시가 올해 5월 도입한 안심마을 사업의 효과 덕분이다. 상모사곡동은 원룸 9000여 가구와 아파트단지 3400여 가구가 밀집해 있다. 전체 인구 3만여 명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 외국인이 2만여 명(65%)이다. 구미시는 범죄를 막기 위해 6억여 원을 들여 셉테드(CPTED·범죄예방 환경설계)를 적용했다.

건물과 전봇대 등 100여 m마다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 송신기 50여 개가 설치됐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주민이 이곳을 지나가면 위치정보 문자메시지가 보호자의 휴대전화로 전송된다. 주변의 방범시설, 범죄예방 요령 등 정보도 받을 수 있다. 어두운 골목은 발광다이오드(LED)로 밝히고 폐쇄회로(CC)TV 36대도 설치됐다. 편의점 문구점 등 10곳은 안심 도우미집으로 정해 여성이나 어린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도록 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이 최근 이곳 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0.5%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77.8%는 ‘예전보다 안전해진 것 같다’고 했고 여성의 65.5%는 ‘야간 귀가 때 마음이 놓인다’고 답했다. 학부모의 85.7%는 ‘자녀 통학길이 안전해졌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안심마을 조성 이후 6∼8월 이곳에서 발생한 살인과 강도 성폭력 절도 등은 35건이다. 2012∼2014년 같은 기간의 평균 발생 건수(41건)보다 17.1% 감소했다. 윤우석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민들의 심리적 안정과 이웃에 대한 관심을 높여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지난해 4월 구미시 인동에 안심귀가 시범거리를 만들었다. 여성 1인 가구가 많고 학교 4곳이 있는 인동가산로(1.8km)에 3억여 원을 들여 조성했다. 이곳의 상반기 5대 범죄 발생률은 2013년 같은 기간보다 67% 감소했다.

10월에는 포항시 북구 학산동, 남구 송도동 등 학교가 많은 2곳에 안심마을을 조성하고 경주 안동 경산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도시재생-셉테드 접목땐 많은 효과 거둘 것”▼

김치원 경북경찰청장
“셉테드는 안전과 질서, 기본과 원칙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김치원 경북지방경찰청장(53·사진)은 14일 “도시
재생과 셉테드를 접목하면 범죄 예방뿐만 아니라 주민 의식 개선, 도시 가치 향상 등 더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환경이 바뀐 마을 주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웃과 소통하고 자율방범대를 운영하며 셉테드의
성과와 효용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청장은 “구미시가 500채 이상 주택 및 아파트단지를 조성할 때
셉테드 의견을 듣기로 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높다”며 “예산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 도시기반시설 확충 때 범죄 발생률을
낮출 수 있는 설계 기준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2013년 경찰청 공감치안구현단장을 지내며 생활밀착형 치안 정책 개발에 힘을 쏟았다.

그는 “주민이 스스로 협의체를 구성해 마을을 지키는 셉테드가 많아질 것”이라며 “경찰 정보기술(IT) 등을 연계한 효과적인 방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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