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전 靑수석이 경제 주체들의 충돌 상황에 제시한 해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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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동 중앙대 석좌교수.
조원동 중앙대 석좌교수.
박근혜 정부의 초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조원동 중앙대 석좌교수(사진)가 ‘경제는 게임이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30여 년 간 경제 관료로 일하면서 겪은 일들을 게임이론을 이용해 풀어낸 ‘경제 에세이’다. 게임이론은 상대방의 생각이나 반응을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이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는 경제학 이론이다. 조 교수는 기업 구조조정과 노사관계, 대·중소기업 상생 등 현장에서 경제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들을 분석하면서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이 책에서 대우그룹 해체를 회고하면서 당시 김우중 회장이 대우그룹 경영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허세 부리기 전략’을 썼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당시 대우의 부실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지만 대우의 진짜 상태는 김 전 회장만 아는 비대칭 정보였다”라며 “정부는 대우의 진면목을 판단하기 위해 대우에 스스로 구조조정의 길을 밟도록 기회를 줬지만 김 전 회장은 힘든 구조조정을 하기보다 당장의 위기를 넘기려고 하다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대우가 미래에 자신이 있는 기업이었다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심정으로 구조조정의 길을 택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조 교수는 또 원청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의 갈등에 대해서도 게임이론에 입각한 해법을 제시했다. 원청기업과 하청업체가 같은 배를 타도록 하는 것이다. 조 교수는 “초과이익공유제를 도입하거나 원청기업으로 하여금 하청업체에 대한 보증을 서게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이러면 하청기업이 원청기업의 생산성에 기여하게 되고 원청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우려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외환위기 직후 추진된 산업계의 ‘빅딜’은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하는 바람에 실패했다고 회고했다. 조 교수는 여기서 양측이 서로 신뢰하지 않아 둘 다 손해를 보는 ‘죄수의 딜레마’ 이론을 적용했다. 시장에 맡겨뒀으면 기업들끼리 알아서 합병하면서 출혈경쟁을 끝내는 이상적인 결과가 나왔을 텐데 괜히 정부가 중간에 끼면서 기업들이 서로 상대방이 먼저 굴복하길 바라는 비타협적인 상황이 왔다는 것이다.

다만 조 교수는 최근 조선·해운·건설업 등의 구조조정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시장에서 빅딜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생산설비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지금의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힘들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시장의 자율적 인수합병을 기다리지 말고 정부가 더 강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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