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민주화 이끈 中民의 정신 지금도 건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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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중민이론 30주년 심포지엄 여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중민 이론’을 제시한 지 30년을 맞은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11일 “건강한 시민사회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지만 침묵하고 있는 다수가 있다”며 “이들이 연대 의식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중민 이론’을 제시한 지 30년을 맞은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11일 “건강한 시민사회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지만 침묵하고 있는 다수가 있다”며 “이들이 연대 의식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987년 6월 항쟁을 이끌었던 ‘중민(中民)’은 지금도 새로운 리더십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70)가 1985년 ‘중민 이론’을 제시한 지 30년을 맞았다. 중민은 ‘중산층’의 중(中)과 ‘민중’의 민(民)을 더한 말로 ‘경제적으로는 중류층이면서 민의 정체성을 갖고 합리적 개혁을 선호하는 참여 지향적 집단’을 뜻한다.

11일 서울 관악구 관악로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에서 만난 한 교수는 “사회적 양극화와 함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환멸과 분노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윤리적 자원을 갖고 있는 중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5년 한 교수는 1년 동안 창원 울산 포항 구미 등 대형 산업단지의 생산직 노동자를 비롯해 전국의 자영업자 화이트칼라 직장인 언론인 공무원 등의 의식과 실태조사를 했다. 그 결과 관료적 권위주의를 통한 근대화가 성공하며 중산층이 생겨났고, 민중·서민적 정체성을 유지한 이들이 개혁을 요구하게 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1980년대 중후반은 노동자, 농민, 도시 서민 등 ‘기층 민중’을 ‘변혁의 주체’로 보는 반면 중산층을 보수 세력으로 규정하는 급진 이론들이 만연하던 때였다. 한 교수는 소수파였다.

“그 당시 ‘욕’ 많이 먹었지요(웃음). 당시 좌파 이론들이 정치적 신념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었거든요. 그러나 제 이론은 탄탄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자료에 근거하고 있어 덮어놓고 무시당하지는 않았어요.”

한 교수는 “사무 전문직, 중산층 진입이 확실시되는 대학생, 대형 산업단지의 기술 숙련직 노동자 등 세 집단을 중민의 핵심으로 봤는데 6월 항쟁을 앞의 두 집단이 주도하고 7, 8월 노동자 투쟁이 벌어지면서 중민 이론의 예측력과 설명력이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중민 이론의 현재적 의미 등을 담은 ‘중민 이론과 한국사회’를 냈다.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은 14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민청에서 중민이론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연다. 디지털 세대의 등장에 따른 중민 이론의 의미 등을 조명할 예정이다.

중산층이 약화되고 있는 오늘날 한국에서 ‘중민의 전망’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한 교수는 “비정규직과 근로빈곤층이 늘어나고 취업의 어려움으로 젊은 세대마저 개혁적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예전처럼 특정 집단을 중민으로 가정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중민 의식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2012년 대통령 선거 평가위원장으로 일한 한 교수는 민주당 대선 패배의 원인을 조명한 책 ‘정치는 감동이다’를 지난해 내는 등 야당에 쓴소리를 해 왔다. 한 교수는 이날도 “야당은 설득을 하지 못하고 편 가르기만 하는 운동권적 리더십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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