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창고… 수익 반토막에도 파업 이어가는 노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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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째 파업 금호타이어 르포
24시간 돌던 공장 오후되면 멈춰… 노동개혁 외면한 채 기득권 고수

출입구 막힌 광주공장 11일 광주 광산구 어등대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주 출입구가 직장폐쇄 조치 때문에
 출퇴근용 버스로 막혀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이어진 전면파업으로 금호타이어는 물론이고 지역 협력업체에까지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출입구 막힌 광주공장 11일 광주 광산구 어등대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주 출입구가 직장폐쇄 조치 때문에 출퇴근용 버스로 막혀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이어진 전면파업으로 금호타이어는 물론이고 지역 협력업체에까지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한국 경제는 국가경쟁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개혁이 시급한 실정이다. 노사정 합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하는 3자가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과 노동현장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금호타이어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의 반 토막이 났는데도 노조가 26일째 파업 중이다. 11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임금 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평일 잔업과 주말 특근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8일 광주 광산구 어등대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간격을 두고 대형 버스 9대가 빽빽이 늘어서 주출입구를 막고 있었다. 6일 금호타이어가 직장폐쇄 조치를 내리면서 출입구를 봉쇄했기 때문이다. 경비원은 공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했다. 노조 조합원은 못 들어가고 비조합원만 출입이 가능했다.

평소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8시간씩 3교대로 24시간 공장이 돌아간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간 이후로는 오후 4시면 가동을 멈춘다. 현재 공장 가동률은 22%에 그친다. 평소 타이어로 꽉 차던 창고는 휑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생산직으로는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 현장 관리자에 재무팀, 총무팀 직원들까지 생산 라인에 투입되고 있다”며 “광주공장 직원은 1700명이지만 대체인력 400명만 투입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매출 70% 급감… 추석 상여 꿈도 못꿔” 협력사 한숨만 ▼

금호타이어 파업 현장

회사 측은 “전면 파업 이후 11일까지 회사의 누적 손실액은 1134억 원에 이른다”며 “이달 중순부터 겨울용 타이어를 주문받아야 하는데 공급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광주전남지역 금호타이어 협력업체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호타이어에 납품하는 광주·전남 협력업체는 190여 곳, 임직원은 약 7200명이다. 금호타이어에 40년간 타이어 금형을 납품해 온 A사는 이달 직원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했다. A사 대표는 “금호타이어 노조가 파업을 한 뒤 매출이 70% 급감했다”며 “5일이 월급날이었는데 거의 주지 못했고 추석에 상여금도 못 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매번 파업이 끝나면 금호타이어 노조원들의 임금은 올라가지만 원청업체의 인건비가 상승하는 만큼 납품업체들엔 단가 하락의 압박이 온다”며 “협력업체들도 파업의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걸 노조가 모르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광주지역의 한 금호타이어 대리점주는 “평소엔 재고가 소진되면 그 다음 날 바로 물건을 받을 수 있었지만 파업 이후 새로 공급받은 물량이 없다”면서 “7월 대비 8월 매출액이 30%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금호타이어가 광주 향토기업이라며 일부러 제품을 사주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지역민들의 마음이 싸늘해졌다”고 말했다.

피해는 광주전남지역 업체만 입는 것이 아니다. 경기 군포시 번영로 CJ대한통운 타이어 물류센터 관계자는 “하루 평균 6500∼8000개의 금호타이어가 들어오는데 오늘은 2000개밖에 안 들어왔다”며 “재고도 10만 개에서 지금은 4만 개로 줄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금호타이어 노사 대표는 9, 10일 18차 본교섭에 앞서 단독 면담을 가졌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노사가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두고 지급할 일시금 규모다. 사측은 300만 원의 일시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노조는 300만 원에 ‘+α’를 요구하고 있다. 파업에 참여해 받지 못한 평균 340만 원의 임금을 보전해 달라는 것이다. 반면 사측은 파업으로 경영상 손실을 초래했기 때문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더 높은 일시금은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파업#노조#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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