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사이버테러 대응 실패” 靑안보특보 한탄이 정상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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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인 대통령안보특보가 “한국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단 한번도 조치를 못할 만큼 대응에 실패했다”고 실토했다. 임 특보는 오늘 서울안보대화(SDD) 본회의에서 발표할 ‘사이버 방호와 국방 협력’ 발제문에서 “소니 해킹 사건의 경우 미국은 연방수사국(FBI)이 즉시 수사에 나섰고 공격 배후인 북한의 웹사이트를 보복 공격했다”며 “반면 한국은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사건 넉 달 만에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북한 해커 조직의 소행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하고도 대응을 못 해 또 해킹당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의 원장인 임 특보는 올 1월 정부의 사이버 보안 역량 강화를 위해 임명된 공직자다. 북의 사이버 테러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안보특보가 왜 ‘내부 고발자’처럼 정부의 한심한 대응을 폭로해야 하는지 국민은 당혹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 특보 임명 이후에도 4월에는 국가안보실에 사이버안보비서관실을 신설했다.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사이버 안보의 컨트롤타워는 국가안보실”이라고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국민 세금을 들여 조직과 인사를 새로 만들고도 북의 사이버 도발에 강력한 대응을 못한 이유를 국가안보실장에게 묻고 싶다. “북의 도발에 원점 타격”을 외치면서도 사이버 테러에는 보복 공격을 못하는 까닭이 기술 부족 때문인지, 응징 의지가 없어서인지 의문이다. 국가사이버안전전략회의 좌장인 국정원장과 국가안보실장이 사이버 테러 대응 주도권을 놓고 다투기 때문이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어제만 해도 해군 이지스함의 합동 전술 기밀이 해킹으로 유출되고, 북한이 작년부터 올 7월까지 군 인터넷망에 131차례나 사이버 공격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외부의 사이버 공격이 일상화하다시피 했는데도 정부가 실질적 대응을 못 한다면 국가 안보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다. 국방부가 ‘창조 국방’이라며 추진하는 정보통신기술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적용한 군 운용에 북의 사이버 공격이 감행될 경우 가공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세계는 사이버 안보를 지키기 위해 관련 법을 정비해 통합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추세다. 북의 사이버 공격에 속수무책인 이유가 사이버안보기본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기 때문이면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법 때처럼 국회 처리를 독려해야 한다. 대통령안보특보가 ‘유체이탈 화법’으로 정부의 부실 대응을 한탄이나 하는 처지라는 것을 대통령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이버테러#안보특보#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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