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거포 가치 증명한 kt 김상현의 24홈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8일 05시 45분


kt 김상현은 2010년 이후 5년 만에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비록 36홈런을 터트렸던 2009년 홈런왕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야구에 매달리고 굵은 땀방울을 흘렸기에 그에게 올 시즌 24홈런은 50홈런만큼 값지다. 스포츠동아DB
kt 김상현은 2010년 이후 5년 만에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비록 36홈런을 터트렸던 2009년 홈런왕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야구에 매달리고 굵은 땀방울을 흘렸기에 그에게 올 시즌 24홈런은 50홈런만큼 값지다. 스포츠동아DB
조범현감독 혹독한 지도…5년만에 20개 넘어
“창피할 뿐…마지막까지 후회 없는 경기할 것”


최근 3년간 기록한 홈런이 16개로 한 시즌 평균 5∼6개고, 나이는 만 34세였다. 이 선수를 선택한 감독은 “내년에도, 그 다음해도 한 해 3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다. 출장경기수를 봐라. 꾸준히 나가지 못했다. 앞으로 결과는 생각을 얼마나 바꾸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 감독은 몇 년 전에도 같은 타자에게 비슷한 말을 했다. “수비 나가서 실책을 10개 해도 괜찮으니, 아무도 뭐라고 하지 마라. 그 두 배, 세 배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다.” 그 때는 더 많은 사람이 고개를 저었다.

프로야구 한 팀에는 63명의 정식선수가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수많은 육성선수가 있고, 군복무 중인 예비전력도 있다. 감독이 누구를 선택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팀은 물론 선수의 인생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kt 조범현 감독은 지난해 겨울 예상을 깨고 SK에서 특별지명으로 김상현을 택했다. 곧 인사전화를 걸어온 그에게 “어? 미안하다. 그거 잘못 발표된 거라서 정정했는데, 아직 전화 못 받았어?”라며 짓궂은 농담으로 환영했다.

훈훈한 분위기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30대 중반의 김상현은 신인보다 더 많이 뛰어야 했다. 시즌 중반 부상이나 부진이 아닌데도 2군행 통보를 받기도 했다. 무려 5년 만에 시즌 20홈런을 돌파했지만, 여전히 혹독한 질책이 쏟아진다.

117경기에서 24홈런. 주목해야 할 숫자다. 2009년 KIA 유니폼을 입고 36홈런 127타점으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던 김상현은 이듬해 부상 속에서도 21홈런을 날렸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무릎 수술,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교체, 트레이드 등 여러 악재로 인해 리그를 호령하던 홈런타자는 더 이상 그라운드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6개 더 넘기면 시즌 30호다. 6년 만에 다시 30홈런 타자가 되는 것도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말을 건네자, 김상현은 곧장 “창피할 뿐이다. 6년 동안 얼마나 못했으면…. 마지막까지 후회 없는 스윙,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올 시즌 김상현의 24홈런은 아직 그가 홈런타자로서 살아있음을 입증한다. 쟁쟁한 젊은 선수들, 외국인타자들과 경쟁하면서 홈런 더비 공동 1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SK에선 1군 42경기 출장에 그쳤다. kt 이적 후 세 아이의 아빠는 수원에서 홀로 살며 밤에도, 낮에도 훈련에 매달렸다. 아이들이 어려 집과 처가가 있는 인천에서 모두가 당장 이사하기 어려워졌다. “출퇴근 시간이라도 아끼려고 그랬다”며 혼자 사는 여러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그 대신 모든 것을 훈련에 쏟아 붓고 있다.

24홈런, 어느 정도 명예회복은 된 수치지만, 왕년의 홈런왕은 만족하지 않는다. 다시 30홈런에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간직한 채 오늘도 묵묵히 땀을 흘릴 뿐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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