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해도 더 좋은 곳으로” 일부 낚시꾼 막무가내… 선장들 무리한 운항 잦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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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 낚싯배 전복’ 해남 현지 표정

6일 전남 해남군청에 ‘돌고래호 사고수습 대책본부’가 설치됐다. 대책본부 공무원과 해양경비안전본부 관계자들이 구조 현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해남=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6일 전남 해남군청에 ‘돌고래호 사고수습 대책본부’가 설치됐다. 대책본부 공무원과 해양경비안전본부 관계자들이 구조 현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해남=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6일 오후 1시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 한 낚시점. 돌고래호 사고 소식을 들은 주민 10여 명이 어두운 표정으로 모여 있었다. 주민들은 TV 뉴스를 보면서 “모두 무사히 구조돼야 할 텐데…”라며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이야기가 뉴스속보로 전해질 때마다 주민들은 안타까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자 발견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답답함에 발길을 돌리는 주민도 있었다.

낚시점 사장 강모 씨(49)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사고 안전규정이 강화된 데다 선장들도 안전을 중시하고 있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슬프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남성항에서 추자도까지의 거리는 대략 60km이고 운항시간은 평균 2시간 정도다. 해남이나 완도는 추자도와 아주 가까워 ‘낚시 천국’ 추자도로 가려는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코스다.

어민들은 사고선박 승객 명단과 인원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남성항(리) 해경 파출소 폐쇄를 꼽았다. 해경 파출소가 운영됐다면 폐쇄회로(CC)TV가 작동해 출항 장면이 촬영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남성항에서 낚싯배를 타고 가는 승객들이 당일 코스로 추자도를 왕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1박 2일, 2박 3일 등을 머물다 다른 낚싯배를 타고 돌아오는 사례가 있어 정확한 승선 인원 파악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제주 추자도 해역은 갯바위 낚시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참돔을 비롯해 벵에돔, 긴꼬리벵에돔, 돌돔, 농어 등 고급 어종이 많이 잡혀 주말에는 배가 모자랄 정도다.

전국적으로 낚싯배는 4381척(지난해 12월 말 기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충남 1039척, 경남 964척, 전남 777척 등이다. 전남도는 도내 15개 시군에 낚싯배 영업이 신고돼 있다고 6일 밝혔다. 시군별 낚싯배 등록대수는 여수시 205척, 완도군 115척, 고흥군 95척, 해남군 32척 등이다.

그러나 낚시 관광객의 증가에 비해 낚싯배 안전은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손님의 요구 때문에 무리한 운항을 하는 경우도 많다. 기상특보가 발령되지 않은 상태에서 날씨가 좋지 않을 때, 일부 손님이 고기가 더 많이 잡히는 위험한 곳을 고집하면 안전과 손님 요구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선 고장도 잦다. 올 3월 전남 진도군 맹골도 인근 해상에서 17명이 승선한 낚시어선이 엔진과열로 멈춰서 해경이 긴급 구조했고, 5월 9일에는 여수시 돌산읍 군내항에서 낚시꾼 12명을 태우고 남면 안도 갯바위로 출항한 낚시어선이 기관고장으로 표류하기도 했다.

해남=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노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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