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입법로비 사건, 들쭉날쭉 판결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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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편법 후원금 모금 甲질]
‘쪼개기 후원’ 심증만으론 처벌못해… 해당 의원이 알고있었는지 입증해야

입법 청탁과 맞물린 국회의원의 후원금 수수 사건을 분석해보면 검찰의 수사 결과뿐 아니라 법원의 판단도 제각각이다. ‘당사자가 자금이 특정 단체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가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가리는 핵심 기준이기 때문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이나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조성된 후원금’은 불법 정치자금이다. 하지만 특정 단체가 구성원 명의를 빌려 사실상 단체 자금을 쪼개 후원했더라도 해당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같은 단체에서 똑같은 금액을 받은 두 의원에 대해 유무죄가 엇갈린 적도 있다. 고경화 김병호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은 장동익 전 대한의사협회장에게서 “의료법 개정안을 의협에 유리하게 심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의사들 명의로 각각 후원금 1000만 원을 쪼개 받은 혐의로 2007년 기소됐다. 그러나 법원은 고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반면에 김 전 의원에게는 벌금 80만 원과 추징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고 전 의원은 장 전 회장과 교류가 없어 후원금이 의협과 관련된 자금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김 전 의원은 보좌관을 통해 후원금의 성격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였다.

2004년 3월 정치자금법 개정 이후 첫 쪼개기 후원금 사건으로 알려진 ‘에쓰오일 사건’도 마찬가지다. 문석호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2005년 에쓰오일 직원 546명이 각 10만 원씩 후원한 금액이 단체 자금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하지만 법원은 “문 전 의원이 후원 계좌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원금 성격을 몰랐을 개연성이 낮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내렸다.

검찰도 해당 의원이 자금 출처를 개개인이 아닌 단체의 돈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심증’을 뒷받침할 ‘물증’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도 있다. 검찰은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전현직 의원 13명에게 의료법 개정을 청탁하고 각각 1000만∼3422만 원을 쪼개기 후원했다는 고발장을 접수하고 치협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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