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년전 보구여관 뜻 기려 여성 의학리더 키울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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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의대 70돌 맞는 김경효 의학전문대학원장

김경효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장은 “70년의 여성의학교육기관의 역사를 이어 의학연구 분야의 여성리더를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의과대학 제공
김경효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장은 “70년의 여성의학교육기관의 역사를 이어 의학연구 분야의 여성리더를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의과대학 제공
“대학은 연구하고 공부하는 곳입니다. 그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이화여대 의과대학이 창립 70돌을 맞았다. 이화여대 의대의 전신인 보구여관(保救女館)은 1887년 이화학당의 창설자 메리 스크랜턴 여사가 세운 여성종합병원. 고종 황제는 이 병원에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고 구하라’는 뜻에서 ‘보구여관’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초기에는 외국 선교사들의 진료가 주를 이뤘지만, 1892년부터는 ‘여성을 위한 의료사업은 여성의 손으로’라는 모토로 여성의학교육을 실시했다. 이후 1945년 광복 직후 종합대학 이화여대가 본격 승인을 받아 현재 같은 의대의 체계를 갖추게 됐다. 이후 70년이 지났다.

김경효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장(57)은 4, 5일 ‘이대 의대 70주년, 아름다운 비상’이라는 슬로건으로 열리는 기념행사를 앞두고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대 의대는 70년간 산부인과 소아과 분야에서 탁월한 여성 의료 인력을 배출해 왔다”며 “앞으로의 목표는 단순한 의사가 아닌, 끊임없이 연구하는 의학 리더 양성”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대 의대는 여성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친화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가 주력 분야”라며 “특히 자궁암, 유방암 등 여성암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전문 암센터를 운영해 ‘여성질환특화병원’으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2011년에는 국내에서는 선구적으로 소아전용응급센터를 설치해 소아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는 응급실을 갖췄다.

이화여대 의대의 전신인 ‘보구여관(保救女館)’의 전경. 보구여관은 국내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으로 고종 황제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고 구하라’는 뜻의 ‘보구여관’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 이화여대 의과대학 제공
이화여대 의대의 전신인 ‘보구여관(保救女館)’의 전경. 보구여관은 국내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으로 고종 황제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고 구하라’는 뜻의 ‘보구여관’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 이화여대 의과대학 제공
70주년을 맞은 올해 이화여대 의대는 큰 변화를 겪었다. 약 10년간 운영했던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체제를 다시 의대 예과 2년, 본과 4년 시스템으로 돌린 것. 김 원장은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학부 전공과 연계한 의학 연구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의전원을 운영했으나 결과적으로 학업보다는 개업에 뜻이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연구 중심의 학교, 학교다운 학교로 탈바꿈하기 위해 다시 의예과 체제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기초의학 전공과 임상 의사를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세계 학계의 흐름은 기초의학 연구와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김 원장은 “대학의 역할은 학생들에게 공부와 연구를 독려하는 것”이라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온 학부생 시절부터 의학연구 리더가 되겠다는 마음을 갖도록 리더십 프로그램과 의학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의대는 최근 ‘환자 커뮤니케이션 훈련’에 중점을 두고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1년에 약 4회, 회당 3000만 원 정도 예산을 투입해 연극배우를 섭외하고, 평가를 진행하며 학생들이 의학적 지식뿐 아니라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훈련하도록 하는 것이다. 2018년에는 1000병상 규모의 분원인 ‘이화의료원 마곡병원’을 열어 학생들의 임상훈련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김 원장은 “의학,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의학교육을 통해 ‘연구하는 의사’를 육성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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