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新명인열전]“돌 모으기 37년… 진기한 수석 찾기 위해 전국 돌아다녔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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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운산수석관 박병선 관장

25일 박병선 씨가 각각 ‘사’와 ‘랑’이라는 무늬가 있는 돌 두 개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 돌들은 전북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앞섬과 뒤섬에서 각각 발견됐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5일 박병선 씨가 각각 ‘사’와 ‘랑’이라는 무늬가 있는 돌 두 개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 돌들은 전북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앞섬과 뒤섬에서 각각 발견됐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5일 전남 순천시 조례동 한 상가. 330여 m³ 내부는 크고 작은 돌로 빽빽이 채워져 마치 돌산 같았다. 4m 높이 입구 천장에는 운산 수석관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순천 시민들은 이곳이 생태계 보고의 순천만,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 장소인 순천만정원(111만 m²)과 더불어 지역 3대 볼거리라고 자랑한다.

운산 수석관 입장은 제한적이지만 지난해 3000명이 어렵게 돌들을 둘러봤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수석 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의 관광객도 다수 포함돼 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통과할 돌무더기 통로를 지나자 운산 수석관 주인 박병선 씨(65)를 만날 수 있었다. 운산이 자신의 호라고 밝힌 박 씨는 계란 크기의 작은 돌 두 개를 먼저 보여주며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함을 열창했다.

박 씨가 보여준 작은 검은 돌 한 개에는 흰색으로 ‘사’자가 자연스럽게 드러나 있었다. 또 다른 검은 돌에는 ‘랑’자라는 흰색 글자가 선명했다. 돌 두 개를 나무틀에 합쳐 놓고 보니 ‘사랑’이라는 단어였다. 그는 ‘사랑’이라는 돌 두 개를 모으는 데 3년 동안 공을 들였다.

전남 순천시 조례동 운산수석관에 전시 중인 숫자 무늬의 돌들.
전남 순천시 조례동 운산수석관에 전시 중인 숫자 무늬의 돌들.
박 씨는 2012년 우연히 ‘랑’자가 적힌 돌을 구입했다. 그는 ‘사’가 적힌 돌을 찾고 싶어 전국을 수소문했다. 그는 올해 초 ‘사’자 적힌 같은 크기 돌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구입했다. 그는 ‘사’와 ‘랑’자가 적힌 돌은 전북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앞섬과 뒤섬에서 각각 발견된 것을 알게 돼 자연의 신비함에 놀랐다고 했다.

운산 수석관에는 이처럼 신기한 무늬를 지닌 수석 3700개가 있었다. 숫자 1부터 10까지 새겨진 것은 물론 쥐부터 돼지까지 12지신, 화투장, 사군자 등의 무늬를 지닌 돌들도 있다.

또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전현직 대통령 얼굴을 닮은 돌도 있다. 운산 수석관 주제별로 독수리, 호랑이, 소 등 각종 동물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돌도 즐비했다. 박 씨는 “독수리 무늬가 새겨진 돌에 부리, 발톱, 눈 등이 선명한 것을 보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운산 수석관 한쪽에는 십자가 문양의 돌들이 있었다. 그는 교회 전도를 많이 해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뜻에서 ‘진돗개 전도왕’이란 별명이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십자가 문양 돌 가운데 예수의 형상, 십자가 못 등이 뚜렷하게 그려진 돌을 가장 좋아한다.

운산 수석관 안쪽에는 누운 부처, 달마대사는 물론 성모 마리아를 닮은 독특한 돌도 많았다. 그가 소유한 돌 3700개 가운데 2200여 개는 중국 베트남 일본 등 외국에서 가져온 것이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구했다. 한국에서 수석이 많이 발견된 곳은 남한강, 강원도 영월 지역이다. 강이 굽이굽이 긴 고장이 신이 빚어낸 무늬를 지닌 돌들의 주산지다.

박 씨는 1977년 순천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2002년 사무관으로 퇴임했다. 그는 1978년 여름 가족과 남한강에 놀러갔다가 독특한 문양이 새겨진 돌 하나를 주운 것을 계기로 수석을 수집하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 진기한 수석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다 20여 년 전부터 수석들을 구입하고 있다. 박 씨는 “한국 돌에 새겨진 문양은 은은한 동양화 같은 묵직함이 있고 중국 돌은 화려함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박 씨가 가장 공을 들여 확보한 것은 중국에서 가져온 부부 흉상 무늬의 돌 두 개다. 30∼40cm 길이 흰색과 검은색이 혼합된 돌은 부부가 다정히 바라보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박 씨의 수석 사랑에 대해 부인(58)도 한때 ‘돌과 함께 살라’고 핀잔을 줬고 지인 일부는 ‘돌에 불과하다’며 깎아내렸다. 하지만 돌들을 오래 살펴보면서 자연의 신비함에 감탄하게 됐다고 한다. 박 씨는 돌은 친구이자 벗이며 혼이 담겨진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평생을 살아도 좋은 돌 하나를 갖기 어렵다는 ‘일생일석(一生一石)’의 마음으로 수석을 모으고 있다. 그는 돌 3700개의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한다. 박 씨의 꿈은 돌 3700개를 전시 관람할 수 있는 순천국제수석박물관을 운영하는 것이다.

“생태계 보고인 순천만은 물, 드넓은 순천만정원은 숲, 순천국제수석박물관은 돌을 상징하잖아요. 순천국제수석박물관이 건립되면 순천을 머무는 관광지로 만드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확신해요.”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돌#운산수석관#박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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