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감염’ 대처 어떻게 하라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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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10곳 중 4곳꼴 “보건교사 없어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학교 현장에서 또 다른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 보건교사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 보건교사 배치율은 65.4%(7598곳)에 불과하다. 학교 10곳 중 약 4곳에는 보건교사가 없는 셈이다. 특히 수도권이나 도심지역에 비해 지방, 도서, 산간지역의 보건교사 배치율은 더욱 낮다. 서울지역은 1329개 학교 중 1217곳(91.6%)에 보건교사가 있는 반면 세종 강원 전남 제주 경남 경북 등은 해당 지역 학교의 절반 정도에만 보건교사가 근무하고 있다.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공립보다 보건교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충남지역 사립학교는 83곳이지만 보건교사는 6명에 불과하다. 공립학교는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 차원에서 보건교사를 충원하지만 사립학교는 일반 회사처럼 학교 법인이 자율적으로 고용한다. 인건비 지출을 줄이려는 학교 법인 입장에서는 보건교사 채용이 달갑지 않은 것. 지난해 공립학교의 보건교사 배치율은 66.5%, 사립은 59.2%였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 통폐합, 그리고 교원 감축정책 등을 이유로 보건교사를 늘리지 않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충원 요구가 나오면 일반 교사에게 보건 관련 연수를 받게 한 뒤 보건업무를 맡기는 등 임시 처방만을 하고 있다. 서울지역 한 고교 교사는 “교사 입장에서는 수업 외 추가 업무가 생기는 셈이기 때문에 다들 기피한다”며 “관례처럼 막내 교사에게 연수를 받게 하고 보건업무를 맡긴다”고 털어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19∼22일 전국의 유치원, 초중고교, 대학 교원 336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메르스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1.8%(735명)가 “보건교사를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현장에서는 “보건교사를 임시직이나 계약직이 아닌 정교사로 배치해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초중고#감염#보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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