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위기관리 어떻게? 영국 구제역 극복 상황에 비춰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4일 15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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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국가와 기업 차원에서 위기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영국 글라스고대 학자들은 2001년 구제역이 영국 전역을 휩쓸었던 상황을 연구했다. 상황 초기 구제역이 영국 북부지방을 강타할 무렵에는 영국 정부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뒤늦게 위기관리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는 철저하게 대응했다. 구제역 확산 범위와 예상 피해규모를 매우 정확히 전수 조사해 공개했고 영국 전역에 즉각적인 검역 시스템을 마련했다.

또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와 투명한 정보 공개로 광우병의 폐해가 과장되지 않게 차단하고 경제적 불안에 빠져 있는 영국민의 사기를 진작하는 데 주력했다. 부정확한 정보가 난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고 재정을 확대해 어려움에 처한 관광업계, 농가를 지원했다. 전담 부서를 설치해 국민은 물론 이웃 국가들과 소통하는 데 주력했다. 이 모든 과정이 매우 신속하게 이뤄지면서 국가적 재앙이었던 구제역을 극복할 수 있었다.

물론 영국의 구제역 사태를 한국의 메르스 사태와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위기관리의 본질을 짚어보는 측면에서 시사점을 제공한다. 위기관리 불변의 원칙은 바로 이해관계자와의 정보공유와 의사소통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수립이다. 위기상황은 언젠가 알려지기 마련이므로 이를 부인하기보다는 현실을 알리고 인정하는 즉각적인 대응과 신속한 피해대책 마련이 꼭 필요하다.

광우병이나 메르스 같은 재해를 사전에 인지하고 완벽하게 막아내는 것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일지 모른다. 두려운 것은 위기 자체가 아니라 위기가 파생시키는 2차, 3차의 예상치 못한 파장과 불안들이다. 위기관리의 근본은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알리고 그런 2차, 3차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에 있다. 지금의 사태를 통해 우리의 위기관리능력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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