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교육권 박탈행위”… 대전高 국제고 전환 갈등 증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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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480명 규모’ 조건부 동의… 이르면 2017년 개교 가능할듯
“소수 계층 전유물로 전락할 우려” 일부 동문-학부모 강력 반발

100년 가까운 역사(1917년 개교)를 지닌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이 일고 있다. 대전시교육청 방침에 교육부가 조건부 동의한 가운데 일부 동문을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 대전시교육청, “2017년 개교 가능할 것”

22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1일 교육부에 보낸 대전고 국제고 지정 동의 요청에 대해 ‘24학급 480명 규모 가능’이라는 조건부 동의 통보를 최근 받았다. 시 교육청은 대전고의 시설 규모 등을 감안해 24학급 600명 정원으로 요청했으나 교육부가 국제고 교육과정 및 타 시도 국제고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한 것이다.

대전시교육청은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 교육부의 조건부 동의안을 수용할지를 결정해 조만간 회신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과정이 마무리되면 시교육청은 교육감의 국제고 지정 고시를 거쳐 9월 중 교육부 중앙투융자심사를 마무리한 뒤 내년 본예산에 전환 설립 예산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의 조건부 동의를 수용하면 내년 상반기 중 교육과정과 학생 모집 요강을 확정하고 2017년 3월 예정대로 개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고는 전국 단위 모집이 가능하지만 이미 국제고가 있는 서울 경기 인천 세종 대구 부산 제주지역 학생들은 지원할 수 없어 대전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시교육청은 국제고 신설에 따른 교육재정 부담과 고등학생 수 감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립 등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및 귀국자 자녀 등을 고려해 대전지역 기존 공립고의 국제고 전환을 추진하고 대전고 1곳이 전환을 신청하자 이를 교육부에 요청했다.

○ 일부 동문·시민, “교육권 박탈 행위”

시교육청의 이 같은 추진에 대해 대전고 일부 동문과 중구 동구 지역 중학생 자녀들을 둔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대전고 국제고 전환 반대 시민모임’을 결성하고 11일에 이어 22일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낭독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시민모임은 “중구와 동구 지역 중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는 유일한 남자 공립고가 대전고”라며 “학생 정원을 학년당 420명에서 160명으로 줄이고, 특정 계층 학생들만 수용하는 국제고가 설립될 경우 나머지 학생은 갈 곳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특히 “타 시도 학생들의 유입을 막을 수 있다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럴 경우 대전 지역 학생들의 진학은 20∼30%에 그쳐 교육권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우려했다.

시민모임의 한 관계자는 “국제고 설립의 필요성조차 의심되는 마당에 잘 운영되는 대전고를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국제고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며 “소수 계층의 전유물이 될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전시교육청 기자회견에는 대전고 40∼76회 동문을 비롯해 중구 지역 각 중학교 운영위원 등이 참여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교육부#대전#국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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