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화권력’ 창비와 신경숙 표절 해명, 누가 납득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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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신경숙 씨가 1996년 발표한 단편소설 ‘전설’이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憂國)’을 일부 베꼈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이 책의 출판사인 창비(창작과비평사)는 17일 ‘표절이 아니다’라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냈다가 문단과 독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자 다음 날 ‘표절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요지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창비는 사과문에서도 표절을 인정하지 않은 채 표절 의혹을 공론에 부치겠다고 했다. 신 씨는 표절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해당 내용은 ‘우국’과 4개 문장이 연이어 거의 비슷하고 문장 순서마저 똑같다. 그중에서 ‘여자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는 표현은 ‘우국’의 번역자인 김후란 씨가 ‘여자는 사랑의 기쁨을 알았다’는 밋밋한 표현을 더 감각적으로 바꾼 것으로 그것마저 일치한다. 신 씨는 “(미시마는) 오래전에 그의 소설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이 없는 작가로 ‘우국’은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우국’은 김 씨의 1983년 번역서에 ‘금각사’와 같이 묶여 있다. 신 씨는 출판사를 통해 짧은 입장만을 내놓고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마디 변명만 던져놓고 그 뒤로 숨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신 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사람이고, 창비는 국내 인문사회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출판사로 꼽힌다. 이들은 스스로 의도하든 하지 않든 문화계에서 하나의 권력이 되어 있다. 신 씨가 표절 의혹에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고 하고, 창비가 의혹의 가치도 없는 것에 의혹을 제기한다는 식의 주장을 했을 때 큰 반발이 일어난 것은 이들이 의혹을 깔아뭉개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신 씨를 두둔하며 공론 운운한 창비는 책임을 어떻게든 회피하려는 전형적인 상업 출판사의 면모를 드러냈다. 특히 신 씨는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신경숙#창비#표절#미시마 유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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