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쇠구슬 테러, 잡고보니 ‘새총카페 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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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8mm… 아파트 8채 창문 파손
경찰, 인근 지역서 연습 흔적 발견
매달린 막걸리병서 지문… 40대 검거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향해 쇠구슬을 발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모 씨 집에서 발견된 새총들과 쇠구슬.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향해 쇠구슬을 발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모 씨 집에서 발견된 새총들과 쇠구슬.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결정적인 단서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막걸리 병 2개였다. 지난달 25일 탁 트인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 8채의 베란다 창문을 파손시킨 ‘용산 쇠구슬 사건’은 막걸리 병 덕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3∼8층 아파트 베란다 창문은 어디선가 날아온 지름 8mm 쇠구슬로 깨지거나 금이 간 상태였다. 경찰은 강변북로 교각 아래, 피해 아파트와 70m 떨어진 지점에서 쇠구슬과 함께 발사 연습을 한 흔적을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 새총으로 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주변 폐쇄회로(CC)TV 72대를 샅샅이 뒤졌는데도 용의자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몇 차례 시도 끝에 막걸리 병에서 지문을 얻는 데 성공했다. 용의자를 특정한 경찰은 다시 CCTV를 확인해 현장을 오갔던 인근 주민 정모 씨(47)를 10일 붙잡았다. 그의 집에서는 새총 5자루와 고무줄 81개, 쇠구슬 3600발이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3월부터 인터넷 새총카페에 가입해 활동한 사실도 확인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정 씨는 경찰이 지문 증거와 CCTV 화면 등을 제시하자 “막걸리 병으로 연습했을 뿐이고 빗나가서 아파트 창문에 맞았다”고 물러섰다. 하지만 경찰은 막걸리 병이 매달린 위치가 아파트 쪽과는 각도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준 사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6일 정 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재물손괴)로 입건하고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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