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최대 배달앱 ‘어러머’ 장쉬하오 대표 “친구들과 음식 시켜먹다 창업 의기투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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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0만건 주문

중국 최대 배달 O2O(Online to Offline)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어러머’의 공동 창업자. 왼쪽부터 왕룬 부사장, 덩예 고객서비스 총괄, 장쉬하오 최고경영자(CEO), 캉지아 최고전략책임자(CSO). 어러머 제공
중국 최대 배달 O2O(Online to Offline)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어러머’의 공동 창업자. 왼쪽부터 왕룬 부사장, 덩예 고객서비스 총괄, 장쉬하오 최고경영자(CEO), 캉지아 최고전략책임자(CSO). 어러머 제공
‘어러머(餓了요·Ele.me)’는 중국어로 “배고프냐?”라는 구어체의 말이다. 정식 의문문인 ‘어러마(餓了마)’보다 뉘앙스가 장난스럽다. 동시에 중국 최대 인터넷·모바일 배달 기업의 이름이기도 하다.

7년 전 4명의 대학원생이 기숙사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어러머는 현재 중국 260개 도시에서 주문량 일 200만 건, 지난해 매출액 약 1조8000억 원을 기록한 명실상부 1위 배달 O2O(Online to Offline) 기업이 됐다.

어러머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화면. 어러머 제공
어러머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화면. 어러머 제공
○ “배고프냐” 한마디로 시작한 기업

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 축제 ‘테크크런치 상하이 2015’ 현장에서 어러머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장쉬하오(張旭豪·30) 대표를 만났다. 거침없이 내뱉는 말투에 장난기가 묻어났다. 그는 “원래 우리는 기숙사에 박혀 있는 괴짜들이었어요”라고 공동 창업한 동료들을 소개했다.

어러머는 장 대표가 상하이교통대 석사과정 재학 중이던 2008년 동기 3명과 함께 시작한 회사다. 온종일 기숙사에서 온라인 축구 게임 ‘위닝 일레븐’을 하며 배달 음식을 시켜먹다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배고프냐”라고 서로 묻다 만든 기업이어서 아예 이름도 “배고프냐(어러머)”로 정했다. 자신들처럼 배달을 자주 시키지만 매번 전단을 찾아 헤매거나 일일이 가게마다 주문하기를 귀찮아하는 대학생들이 타깃이었다.

처음엔 교내에 광고를 하고 기숙사에 있는 유선전화로 학생들에게 주문을 받았다. 전동자전거 몇 대를 구해 전속 배달원을 두고 원래는 배달을 하지 않던 인기 식당을 찾아다니며 배달도 대행했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식당들이 8% 수수료를 흔쾌히 내고 사업에 동참했다.

이후 어러머는 2009년 인터넷 사이트를 열어 중국의 인터넷·모바일의 성장 과정을 함께 밟아왔다. 상대적으로 인터넷 접근도가 낮았던 영세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서비스를 설치했다. 지역의 인기 맛집을 등록하기 위해 대표가 직접 몇 달 동안 식당 테이블을 닦으며 설득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나중에는 식당에서 컴퓨터가 다운돼도 우리를 찾아왔다”며 “상하이 골목골목에서 인터넷과 모바일의 성장을 지켜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어러머가 살아남은 이유

국내 ‘배달의 민족’을 비롯한 배달 스타트업들은 공통적으로 ‘수수료 문제’에 직면하며 위기를 겪었다. 어러머도 이미 2010년 같은 위기를 맞았다. 어느 정도 서비스가 자리를 잡자 8%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가맹 식당에서 ‘직접 주문’을 권장하고 탈퇴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어러머는 수수료를 없애는 쪽으로 결단을 내렸다. 그 대신 자체 ‘식당관리시스템(NAPOS)’ 구축과 회원 가입비 납부로 수익 모델을 바꿨다. 당시까지만 해도 일일이 손으로 장부에 주문을 받아 적고 체계적인 수요 관리도 되지 않던 영세 식당들은 시스템 도입을 반가워했다. 예를 들어 야채만두와 고기 요리, 음료 메뉴가 함께 잘 팔린다면 그 조합으로 세트를 구성하고 프로모션을 하도록 권장하는 식이었다.

모든 회원 식당은 어러머 정규 직원이 정기적으로 방문했다. 장 대표는 “단순히 ‘배달 대행’이 아니라 음식의 ‘주문-승인-배달 확인’ 전 과정을 시스템화하고 이를 통해 식당들이 사업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하는 식당은 줄고 연락 오는 곳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중국의 대학생 배달앱 이용자 중 99%는 어러머를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생활정보포털 ‘다중디엔핑’ 등으로부터 8000만 달러(약 893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는 텐센트와 징둥(JD.COM) 등 유수 ICT 기업들에서 3억5000만 달러(약 3910억 원)를 투자받았다.

전속 배달원을 포함해 어러머의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일하는 직원은 7500명이 됐다. 장 대표는 “산업의 발전과 함께한다는 건 행운이고, 난 이런 과정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에게는 “전체 사회의 움직임에 동화되지 말고 자신만의 독창성과 정체성을 유지해 나갔으면 한다”고 조언을 전했다.

상하이=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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