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입니다” 회사 발신자 조작한 대출사기 ‘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6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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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의 박 과장입니다.”

A씨는 올해 2월 자신을 캐피탈회사의 직원이라고 밝힌 한 남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남자는 A씨가 대부업체로부터 받은 연 30%대 금리의 대출을 연 8~10% 금리의 대출로 전환해주겠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을 의심한 A씨는 휴대전화에 찍힌 발신번호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다. ○○캐피탈의 대표번호가 맞았다. 보이스피싱이 아니라고 생각한 A씨는 대출을 갈아타기로 하고 ‘박 과장’이 다시 전화해 알려준 계좌번호로 전산작업비용, 수수료 등 170만 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이후 박 과장의 전화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았다. 실제로는 다른 번호로 전화하면서 이 캐피탈 회사 대표전화가 뜨도록 번호를 조작한 대출사기였던 것이다.

같은 달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B씨는 △△캐피탈 직원을 사칭한 전화를 받았다. 통장과 체크카드를 건네주면 금융거래실적을 높여서 대출 한도를 늘려주겠다는 내용이었다. B씨는 택배를 이용해 통장과 체크카드를 건네줬고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이용됐다는 것을 알았다.

A씨와 B씨 사례처럼 금융회사나 공공기관을 사칭한 뒤 대출을 미끼로 수수료 등을 가로채는 사기가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1분기(1~3월)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대출사기 피해 건수가 6046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64건(16.7%) 늘어난 것이다.

피해액은 93억3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206억3000만 원)와 비교해 113억 원(54.8%) 줄었다. 김상록 금감원 서민금융지원팀장은 “과거에는 대출금 자체를 가로채는 사기 유형이 많아서 피해액이 컸다”며 “보이스피싱 유형이 뉴스 등에 자주 노출되면서 수수료를 가로채는 방식으로 범죄 방법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사기범들이 가장 많이 사칭한 금융회사는 캐피탈 업체(2160건·35.7%)였으며 저축은행, 은행, 대부업체, 공공기관 등이 뒤를 이었다. 햇살론, 국민행복기금 등 서민대출 상품을 이용한 사기도 많았다.

금감원은 대출을 해주겠다며 돈을 내라고 요구할 경우에는 무조건 대출사기를 의심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을 때에는 공탁금, 보증금, 전산작업비용 등 어떤 종류의 수수료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안카드 번호나 통장사본 등 개인정보도 건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대출사기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을 때에는 금감원 콜센터(국번없이 1332)로 즉시 전화하고 이미 수수료 등을 송금했을 경우엔 해당 금융회사 콜센터에 지급정지를 요청하라고 조언했다.

송충현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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