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서울병원 메르스에 뚫릴 때 정부는 뭘 했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6일 00시 00분


코멘트
정부는 국무총리실 국장급을 단장으로 하는 ‘방역관리 점검·조사단’을 어제 삼성서울병원에 파견했다. 이 조사단은 삼성서울병원의 방역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이 병원이 조치하기로 한 사항들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독한다. 정부가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한 ‘즉각대응팀’은 13일부터 이 병원에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무총리실이 나선 것은 근본적으로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를 확산시킨 최대 진원지가 된 데는 복지부 잘못도 크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이달 2일 “메르스 발생 병원에 대해서는 병원 또는 병동 자체를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 메디힐병원 등에서 병원과 병동을 봉쇄했다. 그러나 즉각대응팀이 나설 때까지 삼성서울병원은 예외였다. 복지부가 처음부터 삼성서울병원 봉쇄에 나섰더라면 메르스 감염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정부는 곧바로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대응팀을 투입해 역학조사와 격리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삼성서울병원이 알아서 역학조사와 접촉자 파악을 하도록 맡기는 바람에 사태를 악화시켰다.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과 협의를 계속해 왔다고 주장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의 접촉자 분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몰랐을 정도였다. 방역 당국의 치명적인 실책이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138번 환자와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가 12일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복지부가 13일 세계보건기구(WHO)와 정부의 합동 평가 발표가 나온 뒤 이 사실을 공개한 것도 석연치 않다.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의 확진 사실 공개를 더 늦출 수 없게 되자 이달 4일 병원 이름을 알리지 않은 채 메르스 감염 병원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정확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지시했으나 복지부는 듣지 않았다. 결국 여론의 압박이 거세진 뒤에야 복지부는 7일 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한 24개 메르스 감염 병원 명단을 공개했다. 이 때문에 삼성서울병원과 방역 당국이 평소 유착 관계를 맺고 있어 복지부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게 아니냐는 얘기가 시중에 나돌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어제 국회에서 정부의 메르스 초기 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면 문 장관을 비롯한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삼성서울병원을 방치한 책임의 소재를 철저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메르스#삼성서울병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