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흐르는 건물에 모여 몸 흔드는 일본 남녀…알고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4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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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밤 일본 도쿄(東京)의 번화가 간다(神田)의 한 건물에서 열린 ‘사일런트(침묵의) 디스코’ 파티. 얼핏 보기에 정적만 흐르는 어색한 공간이지만 젊은 남녀들은 무선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제각각 몸을 흔들었다. 참석자들의 얼굴엔 행복감이 충만했다. 한 참석자는 요미우리신문에 “현장감이 있으면서도 무리하게 주변에 어울리지 않아도 되고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볼륨을 마음대로 높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고독감을 즐기는 봇찌족(ぼっち族·외톨이족)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상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어린이들의 비밀기지 같은 실내에 치는 일인용 텐트도 그 중 하나. 높이 1.6m, 넓이 1.3㎡ 가량으로 방이나 사무실에 개인 공간을 만들 수 있다. 판매 사이트에는 “부부싸움 후 처박혀있기 딱 좋다”, “자기 방이 없을 때 가족의 방해를 받지 않고 게임과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등의 상품평이 올라있다.

1인용 바비큐 그릴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사람과 무리하게 대화를 나눌 필요 없이 공원에서 혼자 맛있는 고기를 마음껏 즐기자는 것이다.

트위터 등에서는 1인용 영화관이 화제다. 누운 채 박스에 머리를 밀어 넣은 뒤 눈앞에 구멍을 뚫어 그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영화를 즐기는 방식이다. 이용자들은 “액션 영화의 박진감이 남다르다”고 전한다. ‘솔로 웨딩’ 상품을 개발한 여행사도 있다. 홀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모습으로 변신해 기념 촬영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7월까지 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

스타벅스 등 커피 체인점에는 소파 자리보다는 충전용 콘센트가 있는 카운터석이 인기다. 교토(京都)대 등 대학 구내식당에는 가운데 칸막이를 친 식탁이 늘고 있다. 모두 외톨이족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들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외톨이족 증가에 대해 성별, 세대별로 취미가 다양화되는 측면도 있지만 아무래도 대인관계 기회가 부족한 외동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으로 분석했다. 일본 총무성의 사회생활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이 교제에 들이는 시간은 2011년 하루 19분으로 10년 전보다 약 30% 줄었다. 특히 20~24세 젊은층의 감소 폭이 커 저출산 시대의 단면을 반영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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