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대응 韓-美 차이는? 첫 환자 지역병원 찾은 건 똑같은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8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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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8일 미국 내 첫 메르스 의심 환자가 심한 감기 증상을 앓다 찾아간 곳은 규모가 큰 대도시 종합병원이 아닌 인디애내 주 문스터의 한 지역병원(Community Hospital)이었다. 한국의 첫 메르스 환자가 지역병원인 평택성모병원을 찾아간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국과 미국의 첫 환자도, 그들을 맞은 병원도 처음에는 병명이 메르스라는 사실을 몰랐다.

하지만 대응과정과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이 환자는 5월 1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9일 완치 판정을 받고 귀가했다. 미국에서는 이 환자에 이어 5월 전혀 다른 경로로 감염된 플로리다 주의 한 명 등 단 두 명의 확진자가 나왔을 뿐이고 2차 감염은 없었다. 당시 현지 언론 보도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발표를 종합하면 미국이 메르스를 막아낸 것은 ‘미리 짜여진 메뉴얼과 의료진의 반복된 도상 훈련’의 힘이었다.

문스터 지역병원의 알란 쿠마르 의료정보센터장은 지난해 5월 12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의료진들은 그 종류가 무엇이건 전염병을 취급하는 올바른 절차에 대해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처럼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들이 따라야 할 표준 절차와 기준을 알고 있다면 무언가가 들이닥쳤을 때 노출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CDC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메르스가 미국에 상륙할 가능성에 대비해 2013년 7월 의료기관들이 의심 환자를 처리하는 절차와 점검사항 등을 담은 매뉴얼을 미국 전역의 의료기관에 전파했다.

이 지침에 따라 훈련을 받은 의료진들은 심한 감기 증상을 호소하던 문제의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응급실이 아닌 격리 진료실(triage room)에서 초동 진료를 했다. 이 병실은 공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내부에서 순환되며 정화되는 시스템이어서 메르스 균이 공기를 타고 병원 전체로 퍼지는 것을 차단할 수 있었다.

초동 검진을 마친 병원 측은 다음날부터는 환자를 치료하는 모든 의료진들이 특수 장갑과 가운, 마스크와 안구 보호대를 착용하도록 했다. 병원이 환자의 자료를 CDC로 보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병원 도착 나흘째인 5월 1일이었지만 병원 측은 이미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 상태였기 때문에 추가 확산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확진 판정이 나오자 병원 측은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 50여 명을 격리조치 했다. 의사와 간호사가 진료 때 남긴 서명과 보안 카메라 기록, 의료진들이 실시간으로 병원 어디에 있는지를 기록하는 장치를 샅샅이 뒤져 대상자를 찾아냈다.

5월 9일 플로리다 주 올랜도 시의 한 병원 응급실에 두 번째 환자가 찾아왔지만 연방정부와 주정부, 지역 보건 당국이 미리 정해진 절차를 지키며 확산을 철저히 차단했다. 인디애나 주 보건 당국이 첫 환자의 치료 경험을 가감 없이 전달해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인디애나 주 윌리엄 반네스 보건장관은 “흔적을 남기고 싶었던 메르스가 잘못된 나라(미국), 잘못된 주(인디애나), 잘못된 병원(지역 병원)을 찾은 것”이라고 자랑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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