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새 1457억 번 엘리엇… 금융당국서 주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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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주가 20% 급등… 평가차익, 보유주식 현물배당 정관개정 요구
주식 매집 뒤 ‘먹튀’ 사례 재연 우려… 내부자거래 등 불법 드러날 땐 조사

삼성물산의 3대 주주로 깜짝 등장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주식 거래에 대해 금융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반대한다며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한 엘리엇의 행보가 주주의 정당한 권리 행사 차원을 넘어 내부자거래, 주가조작 등 불법 행위를 동원해 시세차익을 내는 쪽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삼성물산 주가는 경영권 분쟁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날보다 6600원(9.5%) 오른 7만6100원에 장을 마쳤다. 주식 매집 사실을 공시한 뒤 이틀 동안 20.8% 급등한 것으로 엘리엇은 벌써 1457억 원의 평가차익을 올렸다. 이 이틀간 외국인은 250만 주(보통주의 1.6%)에 달하는 삼성물산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엘리엇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표 대결을 위해 지분을 매집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 외국계 펀드는 국내서 양도차익 과세 못해

금융당국은 “아직 엘리엇의 주식 매매 과정에 불공정 거래 혐의가 드러난 것은 없다”면서도 향후 움직임을 주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과거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였던 헤르메스(영국계 헤지펀드)처럼 한국 기업의 주식을 매집해 경영권에 간섭한 뒤 거액의 차익을 얻고 떠난 사례들이 있어 이번에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카드를 헐값에 사들이기 위해 허위 감자(減資)설을 퍼뜨린 론스타나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바 있는 헤르메스처럼 엘리엇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국내 자본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을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또 앞으로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로서 얻은 내부 정보를 활용해 주식거래를 해 차익을 얻는다면 이 또한 불공정 거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조사할 계획이다.

엘리엇은 이미 공시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았다. 엘리엇이 운용하는 펀드인 ‘엘리엇 어소시에이츠’는 4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사들였다고 공시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원래 4.95%를 보유했다가 3일 2.17%를 추가 매수한 것이었기 때문에 엘리엇은 금감원의 지적을 받고 정확한 내용으로 정정 공시를 해야 했다.

향후 엘리엇이 시세차익을 얻고 주식을 팔아 버린다고 해도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해 세금을 물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인의 금융소득은 거주지 국가에서 과세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개인인 거주자가 상장 주식의 지분 2% 이상을 보유했을 경우 양도차익의 20∼30%를 세금으로 부과하지만 법인으로 분류되는 외국계 펀드는 양도차익에 대해 거주지 국가가 과세한다”라고 설명했다.

○ 삼성,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정책 펼 듯

엘리엇은 앞서 4일 삼성물산에 “보유 주식을 현물 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자”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엘리엇 측이 삼성물산에 이사진을 파견해 다른 외국인 주주들의 위임장을 받아 기존 대주주와 표 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 3세 승계에 ‘주주 변수’라는 예상치 못한 난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우호지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는 홍콩을 방문해 현지 기관투자가들에게 합병의 당위성과 시너지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주화 제일모직 대표도 국내에 체류하는 주요 외국계 기관투자가들과 접촉해 엘리엇 측보다 더 많은 우호지분을 확보해 합병작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도움을 청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삼성은 다음 달 17일로 예정된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임시 주총에서 참석 주주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승인을 얻지 못하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삼성이 이번 합병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고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난제를 풀기 위해 배당 확대 등 다양한 주주 친화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신민기 minki@donga.com·김지현·박민우 기자
#엘리엇#금융#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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