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밀대자루로…친딸 폭행해 숨지게 한 부부 긴급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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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0개월 된 친딸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폭행해 숨지게 한 부모가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울산지방경찰청은 A 씨(34·여)와 남편 B 씨(29) 부부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A 씨는 2일 오후 울산 동구 자신의 집에서 생후 30개월 된 딸의 얼굴과 팔 등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A 씨는 딸이 이날 어린이집에서 울고 짜증을 내는 등 말썽을 피운다는 연락을 받고 오후 5시경 집으로 데려왔다. A 씨는 딸이 울면서 따라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길에서 입과 머리를 손으로 수차례 때렸다. 이 과정에서 행인이 만류했으나 A 씨는 계속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집에 온 뒤 오후 6시 반부터 오후 10시 50분까지 소주 1병을 혼자 마시면서 딸이 칭얼거린다는 이유로 알루미늄 밀대자루 등으로 온몸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업체에 근무 중인 남편 B 씨도 뒤늦게 귀가해 부인 A씨와 소주 3병을 나눠 마시던 중 부인의 폭행을 방관하고, 엄마에게 맞아 우는 딸이 자신에게 안겨오자 주먹으로 딸의 머리를 수차례 폭행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두 사람은 딸이 갑자기 숨을 쉬지 않자 오후 11시 11분경 119로 신고했고 병원으로 이송된 딸은 40여 분 뒤 사망했다. 사인은 ‘두개내골 출혈 및 다발성 타박상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부부에게는 5살 된 큰딸이 있으며, 가정형편이 어려워 막내딸이 태어나자마자 두 딸을 충남에 있는 친할머니에게 맡겼다가 올 1월 집으로 데려와 키웠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폭행 장면을 목격한 큰딸은 현재 울산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 중이다. 경찰은 큰딸에 대한 폭행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 A 씨는 “딸이 너무 말을 듣지 않아 폭행했다”며 “숨지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계획이며 부부 모두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상습적으로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 살인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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