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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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에서 20년간 방에 갇힌 채 쓰레기 더미와 함께 산 ‘히키코모리’ 사이토 카즈오. 카즈오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지만 세상 밖으로 용기 있게 걸어 나온 토미오를 만나 조금씩 변해가는 캐릭터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에서 20년간 방에 갇힌 채 쓰레기 더미와 함께 산 ‘히키코모리’ 사이토 카즈오. 카즈오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지만 세상 밖으로 용기 있게 걸어 나온 토미오를 만나 조금씩 변해가는 캐릭터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매일 아침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학교 또는 회사를 가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엄청난 두려움이자 도전이고 과제일 수 있다.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상태로 생활하는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라면 말이다.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은둔형 외톨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까지의 아픔과 시련, 희망을 다룬 작품이다. 실제 젊은 시절 4년간 집 밖에 나오지 못한 히키코모리 출신 작가 이와이 히데토(41)는 자신의 삶을 모티브로 해 히키코모리들의 아픔과 상처 등에 대해 담담히 풀어 나간다.

‘히키코모리…’는 히키코모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그들이 왜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나름의 ‘상처’에 대해 인간적으로 접근한다.

한때 10년간 집 밖에 나오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히키코모리였던 토미오. 그는 히키코모리 지원단체의 상담을 받으면서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자기만의 벽을 깬 토미오는 히키코모리를 돕는 상담사로 변신한다. 그는 20년 동안 집에서만 머문 40대 사이토 카즈오, 8년간 자신의 방에서만 생활한 10대 소년 타로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그들의 변화를 돕는다. 이 작품은 구체적으로 이들이 왜 히키코모리가 됐는지 이유를 알려주진 않지만, 학교와 직장에서 어떤 일을 겪었을지 짐작하게 하는 간접적인 상황을 관객에게 던져준다.

인상적인 건 배우들의 연기다. 연기가 아니라 관객과 실제로 대화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덤덤한 연기를 선보이는 토미오 역의 최광일과 40대 히키코모리인 카즈오 역의 이남희의 연기가 일품이다. 특히 히키코모리이면서도 멀쩡한 척 구는 카즈오의 역할을 능청스럽게 살려내는 이남희는 ‘오버 연기’와 ‘진중한 연기’의 경계를 오가며 관객의 박수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박근형 연출.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종로33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1만∼3만 원. 02-708-5001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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