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91개 블록 쪼개 범죄취약지에 CCTV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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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잔혹범죄 악몽 씻자” 빅데이터 활용해 안전도시 구축
유흥업소 비율-소득수준 등 반영… 최우선 133곳 포함 2015년내 208곳 설치
경기道, 2016년 31개 시군 전체에 적용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경찰이 예지 능력을 가진 3명의 정보를 토대로 범죄를 예방한다. 미래에 일어날 범죄를 예측해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오원춘 박춘풍 사건 등 흉악 범죄가 끊이지 않은 경기 수원시에서 이와 비슷한 ‘범죄 예방 실험’이 진행된다.

경기도는 수원에서 범죄 발생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취약 지점을 골라 방범용 폐쇄회로(CC)TV를 설치한다고 1일 밝혔다. 범죄 발생률 예측의 근거는 바로 빅데이터 분석 결과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방범용 CCTV를 설치하기는 경기도가 처음이다. 그동안 CCTV는 범죄 빈발 지역이나 주민 민원 등에 따라 설치 장소가 결정됐다. 하지만 이번처럼 범죄 관련 지표를 망라해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CCTV를 설치하면 범죄 예방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수원시 전체를 6891개 블록으로 나눴다. 블록의 평균 면적은 0.017km²(가로 세로 약 100m), 인구는 175명. 각 블록의 인구밀도, 단독주택 비율, 비(非)거주용 건물 비율, 토지 가격, 취미 및 유흥업소 비율, 소득 수준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어 가구 특성을 반영한 범죄취약지수(10점)와 CCTV 설치 여부(10점), 유동인구(10점)를 합해 30점을 도출했다. 여기에 초중고교 학생 비율과 1인 가구 수의 가중치를 둬 종합적인 범죄취약점수를 산출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범죄에 취약한 지역이다.

분석 결과 133블록이 CCTV 최우선 설치 지역(상위 5%)으로 분류됐다. 420블록(10%)이 우선 설치 지역, 979블록(35%)이 설치 필요 지역으로 나타났다. 장안구 조원동의 한 블록(107명 거주)은 범죄취약지수 8점, CCTV 미설치 10점, 유동인구지수 9점에 가중치를 합산해 30.456점이 나와 최우선 설치 지역으로 분류됐다. 서보람 경기도 정보화기획관은 “분석결과 검증을 위해 국민안전처 범죄 통계와 CCTV 설치 민원 등을 참조했더니 70%가량 일치했다”고 밝혔다.

수원시는 이 결과를 토대로 경기지방경찰청 등과 함께 올해 안에 208곳에 CCTV를 설치키로 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범죄 예방 시스템을 도입하면 수원시민들이 좀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반겼다. 경기도는 수원시 시범사업을 토대로 CCTV 사각지대 표준 분석 모델을 개발해 내년부터 31개 시군 전체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 정책은 남경필 경기지사의 빅파이(Big-Fi) 프로젝트의 시범사업 우선 과제로 추진됐다. 빅파이 프로젝트는 흩어져 있는 각종 정보를 수집, 분석해 주민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남 지사는 “빅데이터를 통한 안전한 경기도 만들기의 첫발을 오늘 내디뎠다”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 지사와 염 시장, 김종양 경기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2시 수원시 도시안전통합센터에서 안전 시범도시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범죄취약지#CCTV#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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