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北기지 타격도 동의 얻어야”… 日 “추후 협의” 즉답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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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안보회의]
양국 국방 “日 한반도 개입땐 韓 사전동의 필요” 원칙엔 합의

손 맞잡은 한-미-일 국방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왼쪽),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과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활짝 웃고 있는 카터 장관이 한 장관과 나카타니 방위상의 손을 이끌어 손을 맞잡도록 했다고 한다. 국방부 제공
손 맞잡은 한-미-일 국방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왼쪽),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과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활짝 웃고 있는 카터 장관이 한 장관과 나카타니 방위상의 손을 이끌어 손을 맞잡도록 했다고 한다. 국방부 제공
한국과 일본이 한국 정부의 동의나 요청 없이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사태에 개입할 수 없다는 데 합의하고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조건과 절차에 대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4차 아시아 안보회의에서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자위대의 타격 여부 등에 대해선 일본이 즉답을 피했다. 향후 양국 간 실무 협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집단적 자위권 적용 원칙에 합의’ vs ‘각론은 추후 논의’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이날 일본 집단적 자위권 적용 원칙을 두고 집중 협의했다. 4년 만에 이뤄진 회담 대부분을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국 영역(영토) 진입 문제에 할애했다. 미일 새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따라 유사시 자위대의 한국 출병(出兵)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한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한 장관은 “한반도 안보와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우리 측 요청이나 동의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밝혔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어떤 경우에도 국제법에 따라 타국 영역 내에서 자위대가 활동할 경우에는 해당국 동의를 얻는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방침이며 이는 한국에도 당연히 해당된다”고 답했다.

양국은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조건과 절차, 범위 등을 한미일 3자 안보토의(DTT) 등을 통해 실무적으로 협의키로 했다. 군사적 상황의 범주에는 △한국 내 일본 민간인 소개(疏開) △주일미군과 괌 기지, 미 본토로 날아가는 북 탄도미사일 요격 △주일미군과 미 증원전력, 유엔사 회원국 지원과 해상 호송작전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다른 속내를 내비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반도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놓고 특정 사안에 대해선 확답을 꺼렸기 때문이다. 한 장관이 북한 미사일 기지를 일본이 타격할 경우 한국의 사전 협의와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자 나카타니 방위상은 “한국 측 생각을 잘 들었다. 당장 대답하기 제한되니 추후 협의하자”고 했다. 유사시 주일미군과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연합방위체제에 따라 한미 양국 결정사안이라는 한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양국은 그간 중단했던 국방교류협력을 재개하기로 했다. 올 10월 일본 요코스카(橫須賀)에서 열리는 국제 관함식 행사에 한국 해군함정이 13년 만에 참가하기로 했다. 또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영역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협의하고 인적 교류도 발전시키기로 했다.

일본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한국군과 자위대 간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요구에 대해 한국은 난색을 표했다. 일본의 국방장관 회담 추가 개최 요청도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 한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역사와 안보 문제의 분리 대응이 정부 방침이지만 국민 정서와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해 고위급 교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미국, 주한미군 탄저균 반입 사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기지 내 탄저균 배송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에 공식 사과했다. 카터 장관은 한 장관과의 싱가포르 양자 회담에서 “이번 사건의 조사 결과를 한국과 신속히 공유하고 책임자 조치 및 재발방지책을 강구하겠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미군은 이번 사태 이전에도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을 해외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은 미군이 또 다른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을 2008년 호주의 한 실험시설로도 보냈다고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살아 있는 탄저균이 보내진 곳은 미국 11개 주와 한국, 호주 등을 포함해 24개 실험시설이다.

한편 한미 양국 장관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등 군사적 위협에 주목하고, 어떤 도발에도 단호히 공동 대처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이어 한 장관과 카터 장관, 나카타니 방위상은 3자 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조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나카타니 방위상이 카터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 성사에 대해 감사하다는 취지로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국방부는 “어떤 미 측 관계자로부터도 한일 국방장관 회담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해명했다.

○ 북, 지난해 이동식 ICBM 엔진 4차례 실험

북한이 지난해 KN-08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연소실험을 총 4차례 실시했다고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밝혔다.

IISS는 올 3월에 펴낸 세계 군사력 평가보고서인 ‘밀리터리 밸런스 2015’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2012년 김일성 생일(태양절) 10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최초 공개된 KN-08은 최대 사거리가 1만2000km로 추정된다.

IISS는 또 북한의 신형 대함 미사일(KN-01)이 한국의 포항급 초계함 등 구형함정에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이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130km로 수면 위 10∼15m 고도에서 비행하다가 목표물이 가까워지면 더 고도를 낮춰 기습 타격한다고 IISS는 분석했다.

싱가포르=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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