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즈에 심은 배움의 싹, 교과서로 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남수단서 부활하는 故 이태석 신부
‘울지마 톤즈’ 故 이태석 신부, 남수단 첫 국정교과서에 실린다

《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고 이태석 신부의 봉사활동이 아프리카 남수단의 첫 국정교과서에 소개된다. 남수단 교육과학기술부가 이 나라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사랑과 인술을 펼치다 2010년 선종(善終)한 이 신부를 온 국민이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교과서에 기술하기로 한 것. 이 신부의 이야기는 2016년 처음 발간되는 독립 남수단의 초·중학교 국정교과서에 실리게 된다. 》  
고 이태석 신부가 생전에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당시 현지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눈을 감기 전 “톤즈의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동아일보DB
고 이태석 신부가 생전에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당시 현지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눈을 감기 전 “톤즈의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동아일보DB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를 통해 잘 알려진 고 이태석 신부의 희생과 사랑의 삶이 아프리카 남(南)수단의 첫 국정교과서에 실린다. 이 신부는 남수단의 오지마을 톤즈에서 성직자이자 의사, 교사의 삶을 살다가 2010년 암으로 선종(善終)했다.

남수단 교육과학기술부는 “2016년에 초등학교와 중학교용 국정교과서를 처음 발간할 예정이며 여기에 남수단에서 8년간 봉사 활동을 한 고 이태석 신부의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인생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수단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이 신부는 의사로서 많은 남수단인의 귀중한 생명을 구했을 뿐 아니라 학교를 지어 직접 수학과 음악 등을 가르친 교육자로서 기억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과서에는 이 신부의 봉사 활동은 물론이고 그의 활동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남수단 사람들은 이 신부를 ‘쫄리(John Lee·이 신부의 영어 이름) 신부님’이라 부르며 존경과 사랑의 대상으로 추앙하고 있다. 이 신부는 의대를 졸업했지만 의사 대신 사제가 된 2001년 수단으로 건너갔다. 내전의 고통과 굶주림, 식수난과 질병으로 신음하던 톤즈 마을에 정착한 그는 병원과 학교를 지었고 봉사의 삶을 살았다. 2008년 휴가차 한국에 들렀다가 대장암 판정을 받은 그는 1년여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남수단은 60년 가까이 내전을 치른 끝에 2011년 7월 북부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국가가 됐지만 경제적으로 가장 궁핍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문맹률이 80%에 달해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신부는 생전에 “예수님이라면 이곳에 학교를 먼저 지었을까 성당을 먼저 지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학교를 먼저 지었을 것”이라며 교육을 강조했다.

존 가이 요아 남수단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비롯한 대표단은 19일부터 인천 송도 일대에서 열리는 세계교육포럼 참석차 내한한다. 이들은 포럼 기간 중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이 신부 관련 내용의 교과서 수록 계획을 전달하고 정보통신교육 인프라와 한국어 및 한국문화 교육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또 남수단 수도 주바에 들어설 예정인 ‘이태석 신부 기념 의과대학병원’의 조속한 건립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 병원은 2012년 한국 정부가 남수단에 건립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지 치안 불안과 전기와 물 여건이 열악하다는 등의 이유로 지연되고 있다.

김기춘 남수단 한인회장은 “남수단 모든 학생이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배우게 된다는 것은 감격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전한 한국이 남수단 지원에 더욱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톤즈#배움#교과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