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당직의사∼도서지역 핫라인, 응급환자 생명 지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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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교수 직통 핫라인’
환자 ‘골든타임’ 사수에 큰 역할… 24시간 대기 의료진에 주민들 감동

1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백령병원에서 해경의 도움을 받아 인하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급성뇌출혈 환자(오른쪽)가 주치의 박현선 교수(신경외과)와 이야기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1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백령병원에서 해경의 도움을 받아 인하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급성뇌출혈 환자(오른쪽)가 주치의 박현선 교수(신경외과)와 이야기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반경 인천 옹진군 백령도 백령병원 응급실에서 당직근무 중이던 담당 의사(공보의)가 다급히 인하대병원 ‘교수 직통 핫라인’ 담당의사인 오세양 신경외과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퇴근 후 서울 자택에 있던 오 교수는 백령병원 의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환자 이모 씨(58·여)가 목욕을 하던 중 몸이 굳어지는 증상으로 쓰러져 백령병원에 이송된 상태였다. 오 교수는 이 씨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면서 백령병원이 전달해 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도 휴대전화를 통해 살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긴급 이송과 약물 투여를 지시했다. ‘급성 뇌출혈’이라고 진단하고 환자이송을 지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분이었다.

이날 백령도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헬기 이송이 불가능했다. 해양경찰의 도움을 받아 경비정이 환자 이송을 맡았다. 백령병원 당직 의사도 환자와 함께 경비정에 오른 뒤 오 교수에게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설명했다.

오 교수는 인하대병원으로 긴급히 출근하면서 수술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환자는 1일 오전 2시 반경 인하대병원에 도착해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급성뇌출혈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신체 일부 마비 증상이 전혀 없이 완벽하게 수술이 끝났다. 17일 퇴원한 이 씨는 의료진에게 “새롭게 얻은 인생, 앞으로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달 6일에는 백령도의 군부대에서 막사를 짓던 건설근로자 이모 씨(57)가 복통을 일으키며 쓰러져 백령병원으로 옮겨졌다. 혈변이 나타나는 등 복부에서 과다 출혈 증상을 보였다. 당직 의사는 핫라인을 통해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권계숙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환자 상태를 설명했다. 권 교수는 4분 만에 환자 이송을 결정했다. 권 교수는 병원에서 대기하다 이 씨가 도착하자 대장, 소장 검사를 지시하고 처방했다. 며칠 후 이 씨는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인하대병원이 2014년 4월 1일부터 시행한 ‘교수 직통 핫라인’이 도서지역을 비롯한 인천, 경기 부천지역 환자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교수 직통 핫라인은 일반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밟아야 하는 절차를 사실상 모두 없앴다. 담당 과를 정하고 담당 주치의를 정하는 데 수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중간 절차를 없애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

이 병원은 2013년 11월 자체 공고를 통해 자발적으로 지역 환자를 도울 교수진을 모집했다. 이후 총 30명으로 교수 직통 핫라인을 구성했다. 그리고 도서지역 병원은 물론이고 인천, 부천지역 662곳의 병·의원에 이 교수들의 명단을 보냈다.

인하대병원은 이 교수들에게 핫라인 전용 휴대전화를 제공하고 24시간 환자 상담을 받도록 하는 ‘응급의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조윤길 인천 옹진군수는 “교수 직통 핫라인에 참여하는 교수들 덕분에 섬 주민이 긴급의료 서비스 혜택을 보고 있다. 별도의 인센티브도 없이 24시간 대기하면서 박애와 헌신의 정신을 보여주는 교수들에게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인하대병원은 28일 서해5도를 비롯한 옹진군 관내 섬 보건지소와 모바일, PC를 이용한 원격진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보건지소에서 PC를 통해 환자의 CT를 보여주면 인하대병원 PC를 통해서도 볼 수 있도록 해 신속한 진료지원이 가능하다.

김영모 인하대병원장은 “도서지역의 보건의료 서비스 환경 개선을 위해 모바일 의료지원 시스템과 교수 직통 핫라인 운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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