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에게서 강정호가 보인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30일 05시 45분


넥센 김하성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강정호(피츠버그)의 공백을 메울 확실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처음에는 수비로 돋보였지만 타격에도 눈을 뜨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넥센 김하성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강정호(피츠버그)의 공백을 메울 확실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처음에는 수비로 돋보였지만 타격에도 눈을 뜨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넥센 새 대형 유격수 탄생 예감

염경엽 감독, 일찌감치 강정호 후계자로
수비력은 이미 검증…방망이까지 닮아가
프로 2년차 풀타임 주전…체력안배 고려

얼마 전까지 ‘대체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강정호(28·피츠버그)의 공백이 새 대형 유격수의 탄생으로 오간데 없이 희석되는 분위기다. 넥센 유격수 김하성(20)이 그 주인공이다. ‘프로 2년차’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활약상이다. 29일 현재 타율 0.315에 6홈런을 기록하며 하위타순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유한준(8개)에 이어 박병호와 함께 팀내 홈런 공동 2위다. 지난해 야탑고를 졸업하고 입단한 약관의 선수가 1년간의 보살핌과 체계적인 프로그램 아래 강정호를 잇는 대형 유격수로 꽃 피우기 시작했다.

● 강정호의 향기가 솔솔∼♬

광주일고 출신 강정호는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현대(넥센의 전신)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 시절부터 전도유망한 투수이자 포수, 내야수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김재박 현대 감독은 2004년 겨울 FA로 이적한 ‘국가대표 유격수’ 박진만(SK)의 대체자로 점찍었다. 2008년 우리 히어로즈 사령탑을 맡은 이광환 감독도 가능성을 높이 샀다.

김하성에 대한 평가도 비슷하다. 야탑고 시절 4번타자로 활약했다. 포지션은 2루수. 주전 유격수는 올해 초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1년 후배 박효준에게 넘겼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국가대표 유격수로 성장한 강정호의 빅리그 진출 대안을 모색했고, 김하성을 후계자로 낙점했다.

스타일까지 빼닮은 것은 아니다. 강정호가 타고난 어깨를 갖췄다면 김하성은 빠른 발로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한다. 강정호는 상대적으로 범위가 좁고 발도 느렸지만,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속도와 백핸드 캐치가 좋았다. 경험이 쌓이면서 안정감 있는 수비를 보여줬다.

타격에선 김하성이 강정호의 뒤를 쫓고 있다. 둘 다 손목 힘이 좋고, 스윙 스피드가 빠르다. 강정호가 입단 이후 몸무게를 15kg 이상 늘리며 근육량을 불린 것처럼 김하성도 2년 만에 10kg 이상 체중을 불렸다. 구단이 지난해 집중육성선수로 분류해 7월까지 1군에 데리고 다니며 직접 훈련을 챙겼던 것이 빠른 성장의 동력이 됐다.

● 스펀지 같은 흡수력

넥센 홍원기 수비코치는 김하성을 ‘스펀지 같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배우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가 크다. 염 감독은 “눈빛도 좋고, 절박감을 안고 열심히 뛴다”고 칭찬했다. 그 결과 경쟁을 통해 주전 유격수를 차지했다. 마인드도 좋다. 유격수는 팀 수비의 최전선이다. 김하성은 “(나이는 어리지만) 내야수비를 이끌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나선다”고 밝혔다. 아직 풀타임을 소화할 만한 체력은 변수지만, 넥센은 윤석민과 김지수에게 20경기 안팎을 맡기며 김하성의 체력안배도 고려하고 있다.

강정호는 ‘프로 3년차’였던 2008년 첫 풀타임을 소화하며 타율 0.271, 8홈런을 기록했다. 유격수(65경기 선발)와 2루수(21경기 선발), 3루수(9경기 선발)를 번갈아 맡았다. 이듬해 주전 유격수로 낙점됐고, 23홈런을 쳤다.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로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어 강정호보다 나은 성적을 기대해볼 만하다. 시즌 전체 일정의 6분의 1을 소화한 현 시점에서 산술적으로는 36홈런이 가능한데,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적어도 20홈런은 넘길 전망이다. 넥센에 또 한 명의 ‘복덩이’가 등장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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