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테임즈, 왼손 투수가 만만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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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완 상대 홈런 7개-안타 16개… ‘좌타는 좌투에 약하다’ 통설 파괴
박한이도 왼손 상대 타율 0.455… 한화 이용규는 무려 0.611이나 돼

프로야구 NC는 지난해 외국인 타자 테임즈(29)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했다. 그의 영입 소식을 알린 보도자료 제목은 ‘중장거리 타자 테임즈 영입’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테임즈는 중거리 타자가 아니었다. 테임즈는 지난 시즌 홈런 37개를 터뜨리며 외국인 타자 중 홈런 1위(전체 3위)를 차지했다.

테임즈는 올해도 20일 현재 홈런 8개로 이 부문 1위다. 거짓말같이 놀라운 또 다른 사실은 이 중 7개를 왼손 투수에게서 뽑아냈다는 것이다. 왼손 투수 상대 타율도 0.485(33타수 16안타)나 된다. 올 시즌 현재까지 테임즈보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 안타를 많이 때린 타자는 없다.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게 약하다는 ‘상식’을 뒤엎는 결과다.

2012∼2014년 프로야구 기록을 보면 왼손 타자의 OPS(출루율+장타력)는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는 0.765였던 반면 왼손 투수를 상대로는 0.740에 그쳤다. 왼손 투수도 오른손 타자(OPS 0.761)에게 더 약했다. 왼손 타자에게는 왼손 투수로 맞불을 놓는 건 정석에 가깝다.

하지만 테임즈는 예외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테임즈의 지난해 왼손 투수 상대 OPS는 1.177이었다. 오른손 투수 상대 OPS 1.074보다 높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테임즈는 왼팔을 옆구리에 최대한 붙인 채 스윙하기 때문에 몸쪽으로 찔러 들어오는 공도 시원하게 때려낼 수 있다. 게다가 선구안이 뛰어나 ‘자기 공’을 확실하게 노릴 줄 안다. 그게 왼손 투수를 상대로 빛을 발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위원은 “삼성 박한이(36) 역시 왼손 투수에 강한 왼손 타자다. 그런데 테임즈하고 스타일이 다르다. 박한이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는 아예 가운데 기준으로 바깥쪽 공만 공략하는 전략으로 재미를 보는 타입”이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박한이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타율 0.455(22타수 10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오른손 투수 상대 기록은 0.295(44타수 13안타)다.

한화 이용규(30)는 박한이보다 더하다. 이용규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타율 0.611(18타수 11안타)을 기록 중이다. 야구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록이다. 반면 역설적으로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은 0.211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 왼손 타자들이 계속 왼손 투수에게 강하리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이들을 상대로 왼손 투수를 투입하기 전에 한 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기록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테임즈#박한이#이용규#좌완#좌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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