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칼럼) ‘핀테크’가 생활 속에 들어왔다

  • 입력 2015년 4월 20일 1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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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에는 IT기술 기반의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 현재의 은행을 대신할 것이다. 뱅킹 서비스는 쇼핑하는 것처럼 단순한 행위가 되고, 금융상품은 다른 공산품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상품이 된다. 물건을 살 때도 지갑이 아닌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다니면 된다. 이것은 요즘 가장 핫한 ‘핀테크(FinTech)’에 대한 이야기다.

칼럼니스트 이정훈 포토그래퍼 김현진


고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와는 중학생 이후부터 매년 용돈 협상을 해왔다. 중학생일 때는 만 15세 미만이라 자신의 개인 계좌를 만들지 못해 필자의 체크카드에 용돈을 넣고 사용하게 했다. 그러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자기 이름의 계좌를 만들 수 있게 돼 첫 개인통장을 만들고 싶은 은행이 어디냐고 물었는데, 내가 생각했었던 시중 은행이 아니라서 처음에는 놀랐다.

하지만 이유를 듣고는 금세 수긍이 되었다. 딸은 기업은행에 자신의 첫 통장을 만들었다. 이유는 지하철역 근처에 ATM 기기가 많아 돈 찾기가 쉽고, 모바일 뱅킹 앱이 단순하면서 사용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사람들에게 인터넷, 모바일 앱, 소셜 미디어, 스마트폰은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생활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그들은 인터넷에 상시 접속된 디바이스와 소셜미디어, 멀티터치 태블릿 등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과잉 접속의 세상에서 사는 것이 어른들의 눈에는 다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일상일 뿐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IT기술 기반의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 현재의 은행을 대신할 것이다. 뱅킹 서비스가 쇼핑하는 것처럼 단순한 행위가 될 뿐이라는 의미이다.

고등학생인 딸이 은행을 선택하는 기준이 ATM 기기와 모바일 뱅킹인 것처럼 은행은 더는 물리적인 위치로 존재하지 않는다. 딸에게 은행이란 단순히 ATM 기기가 있는 곳일 뿐이다. 미래은행은 더 이상 장소가 아니라 행위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금융, 기술을 입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이하 BOA) 은행의 최근 광고에는 한 여성이 백화점에 들어가 쇼핑을 한 후 자신의 스마트폰을 계산대에 갖다 대면 결제가 되는 장면이 나온다.

생필품을 구매할 때도 화장품을 구매할 때도 스마트폰만 갖다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데, 광고의 마지막에 애플로그와 애플페이 자막이 나온다. 개인 신용카드를 애플 아이튠즈에 등록하기만 해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 없이 결제할 수 있고, 보안은 지문인식 기술인 터치 아이디(Touch ID) 버튼 위에 손가락만 올려놓으면 신원이 확인되는 것으로 이뤄진다.

오프라인 백화점이든 온라인 쇼핑몰이든 대금 결제를 위해 지갑을 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제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된다. 이것은 최근 국내에서도 주목받는 용어 중 하나인 금융과 기술의 융합인 ‘핀테크(FinTech)’에 대한 이야기다. 핀테크란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과 정보기술(IT)의 결합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금융 서비스 및 산업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2015년 3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 S6와 갤럭시S6엣지를 선보이면서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를 공개했다. 삼성페이는 개인이 사용하던 신용카드를 삼성페이 앱에 등록(카드 여러 개 등록 가능), 결제할 때 앱 실행, 전용 비밀번호 입력, 카드 선택 후 상점의 카드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 결제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상점에서 별도의 단말기 설치가 없이도 사용 가능하기에 별도로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는 애플페이보다 경쟁력이 앞선다.

애플과 삼성전자 외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아마존, 카카오톡, 네이버 등의 제조업체, 전자상거래 업체, 검색업체, 유통업체 등도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자체 금융서비스 상품을 개발해 소비자의 금융 환경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경우에는 이미 거래의 25%가 모바일 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2011년 1월부터 9월까지 스타벅스 모바일 앱 카드에 충전된 액수는 총 22억 달러로, 은행 계좌는 이제 은행에서 떨어져 나가고 모바일이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은행 지점이 필요 없는 세상

모바일 디바이스, 특히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지난 10년간 음악, 쇼핑, 영상, 출판, 신문 등 오프라인 기반 산업의 시장점유율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급격히 대체되고 있다. 국내 금융은 아직까지는 국가의 보호 산업으로 보호받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변화의 흐름에 무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보가 오픈된 세상에서 금융상품도 다른 공산품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상품이 되었다. 은행들은 여전히 소비자들이 금융상품 구매를 오프라인에서 할 것이라고 믿으며 오프라인 지점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요즘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금융상품을 검색하고 구매와 결제까지 수행한다. 지점은 그 어느 곳에도 필요 없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단순하고 편리한 것을 좋아한다. 그들은 과거에 비해 이용하기 쉽고 빠르며 편리한 금융서비스가 등장하면 언제든지 은행을 변경할 준비가 돼 있다. 은행은 고객이 왜 은행과 거래하는지를 생각해 고객의 기준에 부합하는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고객은 자금의 안정과 더욱 편리한 금융생활을 위해 은행에 간다.

그때 은행에 대한 선택 기준은 필자의 고등학생 딸에게는 ATM 기기와 모바일 역량이고, 필자의 경우에는 모바일과 인터넷 그리고 거래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지점(또는 ATM)이다.

2015년 3월 MWC에서 스페인은행 BBVA 프란시스코 곤잘레스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은행은 디지털화하지 못하면 다 망한다”며 “소프트웨어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말로 핀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5년 2월 SC은행 박종복 은행장은 취임 첫 인터뷰에서 “모바일 금융이 은행업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태블릿PC 1대가 직원 5~10명을 대체할 수 있는 모바일 지점 수백 개를 열고 5년 내 판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의 은행은 소비자의 니즈를 예측하고, 프로세스를 간단하게 만들고, 돈을 절약해주고, 시간과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신뢰를 제공할 수 있는 브랜드 또는 기업이 될 것이다. 고객 결제를 돕는 기업은 은행만 있는 게 아닌 세상이 이미 되었기 때문이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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