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치매지원센터, 간판부터 바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신부용 KAIST IT융합연구소 겸직교수
신부용 KAIST IT융합연구소 겸직교수
치매 문제는 국민의 걱정거리다. 더욱 걱정인 것은 우리가 모르는 가운데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복지법을 통해 정부가 각종 치매 대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600만 고령자들 상당수가 이를 외면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도 숨기려는 사례가 많아 당국이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치매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상당히 진전돼야 증상이 나타나며 일단 나타나면 되돌릴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조기 및 정기검진이 중요할 텐데 당사자들의 외면과 숨김으로 인해 결국 자신들에게 불행을 지레 불러들임은 물론이고 가족과 주변 그리고 국가에 피할 수도 있는 엄청난 불행과 경제적 손실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필자 또한 73세를 넘겼지만 아직 전문가로서 장년 때 못지않게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매일 지나다니는 동네 ‘치매지원센터’도, 그 건물 벽에 붙어 있는 ‘70∼75세 어르신께서는 꼭 들러주세요’라는 대문짝만 한 간판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나 건망증이 심해져 친구 이름을 찾으려고 주소록을 처음부터 훑어보는 일이 잦아져 내 발로 치매지원센터에 들러 ‘치매조기검진’을 받아보았다.

검진은 ‘오늘이 며칠이고 날이 개었느냐’는 등 하찮아 보이는 질문과 ‘종이를 반으로 접으라’는 간단한 동작을 요구하는 것들이어서 내심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검진 결과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손자뻘 직원이 1년 뒤 꼭 다시 검사를 받아 변화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치매는 뇌손상으로 뇌기능이 저하되는 증상이며 고령화로 진전되는 기억력 감퇴는 건망증이라 해 문제 삼지 않는다. 치매검진도 사실상 단순한 건망증에 의한 것이 아닌지를 판별하는 데 목표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검진은 ‘치매검진’이 아니라 ‘기억력 검사’라 해야 옳지 않을까? ‘치매 검사 꼭 받아보세요’라고 하지 말고 ‘당신의 기억력은 온전합니까?’라고 물을 일이며 ‘치매지원센터’는 ‘기억력 증진센터’로 고쳐 정상인들에게도 유익하고 재미있는 기억력 증진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좋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누구나 눈치 안 보고 참여할 수 있고 쉽게 치매환자를 걸러 낼 수 있을 것이다.

신부용 KAIST IT융합연구소 겸직교수
#치매지원센터#치매#치매조기검진#기억력 검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